非은행 금융지주사, 산업자회사 둘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비은행(증권,보험) 지주회사의 산업 자회사 보유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은행 제외) 자회사 보유를 허용한 것은 지주회사 내 금융-산업 분리를 사실상 철폐하고 은행-산업 분리만 남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자본이 금융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고 금융과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도 있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 지주회사 규정에 얽매여 지주회사 전환 시 금융 또는 비금융 자회사를 처분해야 하는 등의 불합리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금산분리 벽을 허문 만큼 금융업을 영위하려는 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 한화 SK CJ 등 수혜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을 가지고 있던 동양그룹 등이 혜택을 보게 됐다.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옛 동양시멘트)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동양메이저가 동양캐피탈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현행 규정대로라면 일반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 2개를 만들든지,동양캐피탈 동양종금증권 등 금융자회사들을 매각했어야 했다.

지주회사 내 금산분리의 벽에 막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했던 셈이다.

한화그룹은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이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된다는 규정에서 풀려나게 됐다.

㈜한화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 규정 때문에 ㈜한화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상당수를 한화건설로 넘겼다"며 "앞으로는 이런 불필요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환영했다.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한 SK와 CJ는 금융자회사인 SK증권과 CJ투자증권을 각각 2009년,2011년까지 팔아야 하지만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꼭 매각할 필요가 없다.

삼성도 달라지나

삼성은 삼성생명의 상장 문제,그리고 최근 삼성특검이나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이번 조치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가 완전 분리된 상황에서는 끊어야 할 고리가 한두 개가 아니다.

정부의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순환ㆍ상호 출자 해소를 할 때 삼성카드에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사슬 등 일부만 끊으면 된다.

삼성자동차 부채 문제와도 연관된 삼성생명의 상장도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이 아직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데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데 수조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ㆍ증권지주사 설립 속도 내나

정부의 이번 조치로 보험지주회사의 설립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오래 전부터 보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돼온 동부화재는 "장기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갈 계획"이라면서도 "앞으로 법규 정비 등 여건을 봐가며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과 동부증권 지분을 31.29%,14.99%씩 갖고 있는 데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등 제조업체의 지분도 13.73%,6.41%씩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순환출자 문제 해소가 변수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은 한화손해보험의 지분을 약 60% 갖고 있으며 올해 중 한화투신운용 지분을 100% 인수할 계획이다.

지분 관계는 없지만 한화증권도 그룹 계열사여서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보험지주사의 전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 흥국생명과 현대해상,LIG손해보험 등도 지주사 전환 후보군에 올라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