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가 31일 오전 9시5분(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D.C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리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을 시작으로 팀당 162경기씩 7개월간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미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프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25~26일 일본 도쿄돔에서 정규 시즌 개막전을 벌였지만 워싱턴-애틀랜타전이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시즌 도래를 알리는 게임이다.

올해도 보스턴의 강세가 지속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강타선을 구축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제2의 외계인' 투수라는 좌완 호안 산타나를 영입한 뉴욕 메츠, 명장 조 토레 감독을 영입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등이 강팀으로 꼽힌다.

게다가 올해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전통의 강호 시카고 컵스가 마지막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지 100년째가 되는 해여서 컵스의 분발도 팬들의 흥미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화젯거리가 넘치지만 한국팬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시즌이다.

우려했던 코리안 빅리거 멸종 사태가 벌어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저스에서 개막전 로스터 진입을 노리는 우완 투수 박찬호(35)는 30일 보스턴과 시범경기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27일 피츠버그에서 방출된 김병현(29)은 새 팀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고 추신수(26.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류제국(25.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은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는다.

단 우완 투수 백차승(28.시애틀 매리너스)은 선발 로테이션에서는 제외됐으나 불펜 투수로 로스터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보스턴.디트로이트.뉴욕 메츠.다저스 4강 형성

투타 힘에서 다른 팀을 압도하며 비교적 쉽게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보스턴은 올해도 보다 강력한 짜임새를 구축해 각종 예상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턴의 강점은 조시 베켓-팀 웨이크필드-마쓰자카 다이스케-존 레스터-클레이 벅홀츠로 이어지는 선발진과 마이크 팀린-오카지마 히데키-조너선 파펠본으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진에 있다.

허리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베켓이 시즌 초 결장이 불가피해 고전이 예상되나 마운드 높이에서는 다른 팀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데이비드 오티스-매니 라미레스-마이크 로웰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파괴력도 여전하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보스턴에 맞설 호적수는 디트로이트가 꼽힌다.

디트로이트는 오프 시즌에서 미겔 카브레라, 에드거 렌테리아 등을 영입, 기존 매글리오 오도녜스, 개리 셰필드 등과 살인 타선을 구축했다.

6년차를 맞는 카브레라는 통산 타율 0.313에 홈런 138개 523타점을 올린 차세대 거포. 통산 타율 0.291인 렌테리아는 정교한 중장거리포로 공격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스틴 벌랜더-제러미 본더맨-케니 로저스-돈트렐 윌리스-네이트 로버트슨으로 짜인 선발 로테이션의 무게감도 보스턴에 밀리지 않아 리그 우승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지라디가 새로 지휘봉을 잡은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도 포스트시즌에 오를 팀으로 분석된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산타나-페드로 마르티네스 두 외계인 원투 펀치를 구성한 메츠가 호평을 받았다.

강타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데이비드 라이트와 카를로스 델가도, 카를로스 벨트란 타선이 힘을 보탠다면 '뉴욕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쟁쟁한 투수들로 4선발을 꾸린 다저스는 네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토레 감독의 벤치 파워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팀. 타선 응집력을 어떻게 키우느냐가 관건인데 이에 따라 불방망이로 작년 리그 챔프에 오른 콜로라도 로키스와 서부지구 타이틀 경쟁이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릭 리, 알폰소 소리아노에 일본 거포 후쿠도메 고스케를 새 식구로 맞은 시카고 컵스도 100년의 한을 풀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는 평가다.

◇코리안 빅리거, 비상할 수 있을까

올해 후쿠도메, 구로다 히로키(LA 다저스), 고바야시 마사히데(클리블랜드), 야부타 야스히코(캔자스시티) 등 일본 선수들이 거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에 비춰보면 한국 선수들의 위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붙박이 주전으로 입지를 굳힌 선수가 백차승 뿐이고 나머지는 시범경기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쳤다.

박찬호는 27일 현재 시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69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임에도 몸값이 10배 이상 비싼 에스테반 로아이사에게 5선발을 빼앗길 처지다.

30일 보스턴전에서 로아이사와 나란히 등판, 마지막 수능을 치르는데 이날 결과에 따라 빅리그 잔류가 결정될 참이다.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4.40의 난조로 결국 피츠버그에서 쫓겨난 김병현은 시즌 직전이라는 시기상 문제와 구위 하락이라는 개인 문제가 겹쳐 난항을 겪을 전망.
박찬호와 김병현은 한국에 메이저리그 열풍을 몰고온 맏형격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준다.

2세대격인 최희섭, 서재응(이상 KIA), 김선우(두산)가 국내 프로야구로 복귀, 계보가 끊긴데다 추신수, 류제국 등 3세대격 선수들은 가능성만 인정받았을 뿐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어 코리안 빅리거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박찬호, 김병현 외 올해 빅리그에서 활약을 예상할 수 있는 선수는 불펜과 선발이 모두 가능한 '스윙맨' 백차승, 팔꿈치 재활을 마치고 빅리그에 복귀할 추신수, 바비 콕스 감독의 각별한 관심 속에 성장 중인 사이드암 정성기(29.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