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대응 선회..출마자들도 강력대응 주문
"스스로 만든 원칙 깨고 해당행위 하는 것"


한나라당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표의 '언행'을 지켜보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당 공천을 통렬하게 비판한 뒤 대구로 내려간 박 전 대표가 "탈당해서 출마한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인사들을 총선 후 복당시켜야 한다"며 사실상 그들에 대한 지지 운동을 우회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박 전 대표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하던 여권의 기류도 공세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너무 나간다.그동안 너무 오냐 오냐 하며 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탈당 후 출마한 인사들과 맞붙게 된 지역의 후보들은 물론 한나라당 지도부도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박 전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이 고울 리가 없다.

이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이 탈당 후 친박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 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에 대한 지지의 성격으로 해석되면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만약 영남에서 `친박 무소속풍'이 크게 불면 여권의 지상 과제인 과반 의석 달성도 물 건너 갈 수 있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朴 발언 해당행위" =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원칙을 목숨처럼 여기는 박근혜가 스스로 만든 원칙을 깨고 해당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례대표 후보 국민과의 언약식에서 "한나라당의 당헌.당규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가 재임 시절 만든 것으로, 탈당 후 무소속이나 다른 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심각한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복당을 허용치 않도록 하고있다"면서 "그런데도 박 전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은 스스로 원칙을 저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또 "박 전 대표는 과거 경기도 광주 보선에 홍사덕씨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당시 김무성 사무총장과 지원유세를 다니면서 '홍 후보가 당선돼도 한나라당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전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총선의 중요한 시기에 탈당해서 출마하는 것은 해당행위"라면서 "그런 사람을 복당시켜준다면 원칙이 무너지고 앞으로 선거에서도 계속 공천결과에 불복하고 탈당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탈당해서 한나라당과 싸우는 해당행위자를 다시 받아들인다고 말한 것은 그 사람들을 간접 지원하는 것이므로 중대한 해당행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몸만 당에 있고 마음은 밖에 있는 것 같다.

탈당을 하겠다는 의도인지 뭔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일을 보니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라는 게 확실히 드러났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영남권 "지도부 뭐하나" = 각 지역 시도당 위원장들도 박 전 대표를 일제히 비판했다.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한다면 과반의석 확보에 대한 의지가 있는 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안경률 부산시당위원장은 "적어도 당을 이끌 지도자라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친박 성향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 소속 후보들과 맞붙은 한나라당 후보들이 많은 영남권에서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이 폭발 일보 직전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당과 영남권 시도당에는 "박 전 대표가 저런 말을 하고 다니는데 지도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당은 이날 4.9총선 선대위 출정식에서 박 전 대표를 향해 공식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형오, 정의화 공동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관계자들은 출정식에서 박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 "무소속으로 출마한 사람의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는 발언은 당을 화합.단결시키고 당내를 추슬러야 하는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될 해당행위"라면서 "공천을 받고 열심히 뛰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윤리위 "무소속.친박연대 지원 해당행위" = 당 윤리위원회도 이날 여의도 한 호텔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무소속 후보 또는 `친박연대'를 비롯한 다른 당 후보를 지원하는 행위는 `해당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친박연대와 무소속 출마자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은 해당행위에 해당된다"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겨냥했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복당 발언과 관련, "특히 복당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면서 "적어도 내가 윤리위원장으로 있는 한 복당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朴 일정없이 `침묵' = 박 전 대표는 `총선후 탈당자 복당발언'후 이날은 아무런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지역구인 달성군의 자택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그가 당내에서 우군이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천을 받은 친박 인사들도 박 전 대표를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은 박 전 대표의 `복당 허용' 발언에 대한 당 지도부의 비판에 대해 "불공정 마구잡이 공천에 책임을 통감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박 전대표에게 비난을 퍼붓는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그럴수록 박 전 대표를 자극하고 민심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표는 일단 할 말은 다한 상황인 만큼 당 지도부의 비판 세례에 대해 즉각 대응을 자제하고, 당분간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날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방문했던 박 전 대표는 이날 하루 자택에서 머문 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26일부터 지역구를 돌며 유권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한 측근이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김경희 안용수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