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작된 공공기관장 사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5일에는 대표적 참여정부 인사인 이재용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이른바 '노무현 코드' 산하 기관장은 물론이고 고위 간부급들도 사퇴 행렬에 가세하면서 대대적인 공공기관 물갈이가 뒤따를 전망이다.

25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이재용 건보공단 이사장은 사의를 표명한 뒤 대구에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참여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 이사장은 새 정부 들어 보건의료계의 대표적인 참여정부 인사로 지목돼 직ㆍ간접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공단과 함께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관리공단 김호식 이사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창엽 원장도 전날인 24일 밤늦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앞서 복지부 산하 3개 기관의 상임 이사 11명도 잇따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 5명,국민연금 3명,심평원 3명 등 모두 11명이다.

건보공단의 한 상임 이사는 "임기가 상당히 남아 있지만 새로 출범한 정부에 재신임을 묻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분야 공공기관에서도 사퇴 인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공직기강 비서관과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오정희 한국자금중개 사장도 25일 열린 정기 주총을 계기로 사퇴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지 1년 만이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 전 대통령과 동문인 오 사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일찌감치 물러날 뜻을 피력해 왔다.

이처럼 참여정부 출신 공공기관 인사들의 사퇴가 확대되자 일부 인사들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대표적 '코드 인사'로 분류되고 있으나 여전히 임기가 끝날 때까지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형수인 정은숙 국립오페라단장,신기남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누나인 신선희 국립중앙극장장 등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환경부 산하 기관 4개 중에서는 박화강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장준영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이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박 이사장은 "지금 사임하면 임기제의 취지를 훼손하고 공공기관의 중립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장 사장도 "무책임하게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둘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노동교육원의 선한승 원장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노동특보를 지낸 친노 인사로 분류된다.

최근 노동부 산하 4개 산하 기관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선 원장은 아직 거취를 뚜렷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 산하 기관장으로는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박세흠 대한주택공사 사장,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이 사표를 내라면 언제든지 낼 준비가 돼 있음을 밝혔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류시훈/김문권/서욱진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