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자신에게 부담을 주기 싫지만 우승에 대한 꿈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고관절 통증을 딛고 5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친 김연아(18.군포 수리고)가 과연 역전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일 끝난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64.28점)와 김연아(59.85점)의 점수 차는 4.43점이다.

배점이 높은 프리스케이팅을 고려하면 극적인 우승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히려 시니어 무대 2년 차를 맞는 김연아에게 '역전 우승'이란 말은 친근한 존재다.

2006년 12월 2006-2007 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선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65.05점으로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69.34점)와 안도 미키(일본.67.52점)에 이어 3위를 차지했었다.

당시 김연아는 이번 대회 처럼 쇼트프로그램 첫 번째 과제였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깨끗한 출발을 보였지만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러츠(공중 3회전)를 시도하다 착지가 불안하면서 감점을 받아 3위로 밀린 것.
하지만 통증 때문에 허리 부위에 테이핑을 한 채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김연아는 무감점 연기로 184.20점을 기록,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 넘어진 아사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그랑프리 시리즈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에서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와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점프 과제에서 트리플 플립을 뛴 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서 이어진 연속 점프를 싱글로 처리하고 말았다.

여기에 스텝까지 최하인 레벨 1을 받으면서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캐롤라인 장(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승부를 뒤집고 이번 시즌 첫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면서 '연승 행진'의 발판을 놨다.

이렇듯 시니어 무대에 접어든 뒤 두 차례나 승부를 뒤집는 '깜짝 마술'로 피겨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줬던 김연아에게 4.43점은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다만 고관절 통증을 고려해 프리스케이팅에서 기본 점수가 5점인 트리플 루프 대신 더블 악셀(3.5점)을 뛰고 체력적 부담이 따르는 카멜 싯스핀을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교체하는 등 고득점보다 안전성 위주로 안무를 바꾼 게 어떤 효과를 낼지 걱정스럽다.

더불어 쇼트프로그램에서처럼 갑자기 통증을 느낄 경우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메달의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실수없이 모든 연기 요소를 마친다면 평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를 바탕으로 메달권에 진입하는 것은 물론 우승까지 바라보는 '김연아표 매직쇼'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예테보리<스위덴>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