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출신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의 신용위기 대처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강력한 추진력에다 시장 흐름을 읽는 감각도 갖춰 고비마다 필요한 대책을 성사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관치금융'이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폴슨은 "금융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는 말로 일축하고 있다.

비교하자면 과거 한국 외환위기 당시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 역할을 했던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재정경제부 장관)과 닮았다고나 할까.

폴슨의 발빠른 대책이 돋보였던 것은 지난주 베어스턴스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였다.

당초 폴슨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베어스턴스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면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안정은커녕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비화되자 30여년 동안 월가에서 일한 폴슨은 직감적으로 베어스턴스 매각을 주말까진 매듭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데드라인은 아시아 증시가 열리기 전인 16일 저녁(현지시간).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인수자로 나선 JP모건체이스는 15일 밤샘 실사 결과 독자적으로 베어스턴스 전체를 인수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숨겨진 부실을 우려한 결과였다.

일이 꼬이자 폴슨이 팔을 걷어붙였다.

제임스 다이몬 JP모건 회장과 수차례 통화하면서 베어스턴스 인수를 종용해 관철시켰고 시장에 만연했던 불안감은 상당히 가셨다.

폴슨이 뚝심을 발휘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이 터진 작년 8월부터 사실상 '보이는 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구조화투자회사(SIV)' 부실 문제가 불거진 11월 초에는 씨티그룹 등에 800억달러 규모의 이른바 '슈퍼 펀드'를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비록 슈퍼 펀드는 만들어지지 못했지만 SIV 문제는 가라앉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를 5년 동안 동결키로 한 것도 그의 작품이다.

폴슨은 작년 11월29일 씨티그룹 워싱턴뮤추얼 웰스파고 컨트리와이드 등 대형 모기지회사 관계자를 불러모아 금리를 동결할 것을 강도 높게 요구해 관철시켰다.

뿐만 아니다.

지난 2월13일에는 주택압류를 30일 유예해주는 이른바 '프로젝트 라이프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 경제는 탄탄하다"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168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놓게 한 주인공으로도 폴슨이 꼽힌다.

그는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기부양책 협상이 공전하자 두 당 지도자들을 직접 설득해 타협안을 만드는 정치력도 선보였다.

폴슨의 이런 행보에 대해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관치금융이라는 지적도 있고 모럴 해저드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후유증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만 폴슨은 "금융 시스템 정상화가 최우선"이라며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갈 태세다.

폴슨은 1974년 골드만삭스에 들어간 뒤 1999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2006년 7월 재무부 장관에 발탁됐다.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폴슨의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