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갈라쇼 무대에 자력으로 나선 김나영(18.연수여고)이 '황진이'로 깜짝 변신했다.

김나영은 17일 고양시 덕양구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치러진 대회 마지막 날 갈라쇼에 한복을 개량한 원피스를 입고 스케이트화 위에 하얀 버선을 신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무대에 나서 관중의 큰 박수 세례를 받았다.

ISU 시니어 무대 데뷔전과 더불어 갈라쇼 역시 처음 경험한 김나영은 머리를 묶어 비녀까지 꽂은 단아한 모습으로 등장, 드라마 황진이의 배경음악인 '봄날'과 '엉퀴바람'에 맞춰 4분여 동안 연기를 펼쳤다.

전통 춤사위를 연상시키는 손동작 등 안무에도 한국적인 냄새를 스며들게 한 김나영은 더블 악셀(공중 2회전 반)을 포함해 점프와 스핀 연기를 실수없이 마친 뒤 다소곳한 큰절로 연기를 마쳤다.

이날 갈라쇼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연 김나영의 의상이었다.

자줏빛 치마에 황금색 저고리를 입은 김나영은 쪽진 머리에 장신구가 달린 비녀와 상의에 노리개까지 갖춰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김나영의 의상은 함께 연습하는 동료의 어머니가 2주 동안에 걸쳐 정성들여 제작한 작품으로 제작비만 80만원이 들었다.

더구나 갈라쇼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전날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오후 11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속성으로 '벼락치기' 연습을 하는 등 긴장을 많이 하고 무대에 올랐지만 실수 없이 연기를 마쳐 가슴을 쓸어 내렸다.

김나영은 지도하는 신혜숙 코치는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온 터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한국적인 작품을 준비했다"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한편 이날 갈라쇼에는 2천500여 명의 팬들이 몰려 들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화려한 연기를 지켜봤다.

(고양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