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5년간 동결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올 들어 주식시장을 압박해 온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가 완화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증권가에선 이번 금리동결 조치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주탁담보대출 연체율이 안정되고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추가 손실 우려가 줄어들면서 신용경색 위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도 모기지 관련 채권의 잠재 부실규모가 줄어들지 않는 데다 금융기관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신용위기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우세한 상황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반시장적인 조치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극약처방'을 내놓음에 따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가 다소 안정되겠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본격적인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美 모기지금리 동결조치..글로벌 증시 '훈풍'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모기지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대출금 상환부담 증가로 무더기 주택압류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서브 프라임 모기지 금리를 향후 5년간 현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다.

이에 대한 금융시장이 반응은 일단 우호적이었다.

전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에 비해 174.93포인트(1.30%) 상승한 13,619.89로 이틀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7일 일본(0.52%)과 대만(0.32%), 중국(1.31%)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대표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다만 오름세로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단기 상승 부담에 장중 하락 반전, 전날에 비해 18.85포인트(0.96%) 떨어진 1,934.32로 마감했다.

글로벌 증시의 강세는 연체 위험을 안고 있는 미국 가계의 상환능력 악화 및 주택압류 가능성이 낮아져 신용경색 위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담보대출의 연체율 상승 주범이 대부분 서브프라임 쪽에서도 고정대출이 아닌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로 연체율 안정 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차압 가능성이 낮아지고 금융경색 우려가 완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개선, 미국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어 "내년 1.4분기 혹은 2.4분기를 미국 가계 연체율 및 서브 프라임 부실 문제의 정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번 정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이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신용위기 정상화 아직 멀었다.

.안도랠리에 불과" = 그러나 신용경색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김형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모기지 금리 동결은 신용위기가 악화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면서도 "본질적인 위기 해결 방법이 아니며 정부가 모럴해저드를 감수하고 내린 극약처방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아울러 모기지 관련 채권의 추가 부실을 어느정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발생한 부실이 금융기관의 실적에 반영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애널리스트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발표한 3.4분기 대손 상각액은 520억달러이고 서브 프라임 관련 잠재적 부실규모는 3천억~6천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금융기관의 추가 대손상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용위기의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금융기관의 손실 규모에 대한 투명한 공개 ▲부실 금융기관의 퇴출 및 인수합병 ▲슈퍼펀드 등을 통한 글로벌 유동성의 수혈 ▲FOMC의 신속한 상황판단과 금리인하 등을 꼽았다.

◆ 국내증시..투자심리 안정 기대되나 본격 상승은 `글쎄' = 증시 전문가들은 신용경색 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안도하면서도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대출금리 동결로 연방기금금리의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금융불안 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나 국내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금융기관의 실적악화와 미국경기의 둔화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당분간 주식시장의 '안도랠리'가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인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한중 경제회담,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등을 앞두고 있어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