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3일 "검찰의 삼성증권 압수수색에서 1천500~1천600개의 차명계좌가 발견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6일째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들 계좌는 차명(借名) 계좌가 아니라 도명(盜名) 계좌"라며 "1천500개인지 1천600개인지 몰라도 1천여개 이상 있다.

(나처럼) 삼성과 관계가 안 좋은 사람한테도 50억원을 넣어 뒀는데 (은닉 비자금을) 다 합치면 수조원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차명계좌 가운데 일부 계좌는 임원들의 양해나 사실상의 동의를 얻어 만든 것이지만 상당수는 본인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이름을 갖다 쓴 것이라는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차명계좌가 범죄 목적으로 악용된 경우 조세범처벌법ㆍ정치자금법 등 관련법상 처벌될 수 있으며 당사자와 합의 하에 이름을 빌린 게 아니라 타인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

김 변호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피고소인 신분이고, 삼성 의혹과 관련한 `공범'이라는 평소 주장을 상기시키며 "이번에 비자금이 수조원 드러난 것 아니냐. 나는 언제라도 피의자로 바뀔 수 있는 사람이니 (수사 관련사항은) 검찰에 물어보시라"라며 검찰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편 삼성증권은 압수수색에서 차명계좌를 보유한 퇴직 삼성 임원 100여명의 명단과 구조조정본부의 수사대책 문건이 확보됐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관련 명단을 작성한 적도, 압수당한 사실도 없다.

또 검찰이 압수한 것은 대책 문건이 아니라 수사시 대응 및 협조사항을 정리한 내부교육용 자료다"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차대운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