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나 오초아(멕시코)-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양강 체제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2007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 시즌은 최강자로 군림해 왔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부상 후유증으로 단 한차례의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한 가운데 오초아가 새로운 여제의 자리를 확실히 굳힌 해였다.

멕시코의 영웅으로 떠오른 오초아는 19일 끝난 시즌 최종전 ADT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라 여덟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시즌 상금 400만달러 시대를 열어 젖혔다.

오초아는 올해 436만994달러를 벌어들여 상금왕에 올랐고 시즌 최저타수를 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도 차지하면서 2년 연속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하반기에 상승세를 탄 페테르센도 모두 5개의 우승컵을 수집하며 오초아를 견제했다.

이처럼 오초아와 페테르센의 질주가 계속되면서 미국무대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은 좀처럼 우승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06년 11승을 합작했던 한국자매들은 올 시즌 김미현(30.KTF), 김영(27), 박세리(30.CJ), 이선화(21.CJ)가 1승씩을 올리는데 그쳤다.

흉년이었던 2000년 2승보다는 많았지만 최근 5년간 성적에서는 가장 적은 우승횟수였다.

항상 다승을 책임졌던 한국여자골프의 맏언니 김미현과 박세리가 한차례 밖에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한희원(28.휠라코리아)이 출산으로 인해 공백기를 가졌고 박지은(28.나이키골프)이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향도 컸다.

김영이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리기는 했지만 장정(27.기업은행), 이정연(28) 등 어느덧 중견으로 자리잡은 선수들의 활약도 미흡했다.

여기다 폴라 크리머, 모건 프레셀, 나탈리 걸비스 등 미국의 '영건'들이 차곡차곡 실력을 쌓으며 약진한 것도 한국선수들에게 위협적이었다.

크리머는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에서 우승한 뒤 왕중왕전인 미첼컴퍼니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며 오초아, 페테르센에 이어 `멀티플 위너'에 이름을 올렸다.

프레셀도 올 시즌 1승을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거뒀고 `미모만 앞세운다'며 빈축을 샀던 걸비스도 특급대회인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특히 젊은 미국선수들의 선전은 이전에 취미로 하던 풍토에서 벗어나 피나는 노력과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눈에 띈다.

물론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미약했던 것은 아니다.

이선화가 HSBC 여자월드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1988년생 용띠들이 주축이 된 젊은 선수들 중에 브라질 교포 안젤라 박(19)이 신인왕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또한 동갑내기 민나온, 박인비, 김인경 등도 잠재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LPGA 투어 정규대회 코스길이가 나날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장타력을 가진 한국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올 시즌 양강 체제를 이룬 오초아와 페테르센이 장타를 겸비한 선수라는 점에서 한국선수들도 비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내년에도 오초아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여자프골프의 에이스급인 최나연(20.SK텔레콤)과 박희영(20.이수건설)이 LPGA 무대 진출을 타진한다.

이들은 11월 28일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에서 시작되는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나가게 되는데 힘든 관문을 통과해 내년 LPGA 투어에서 한국 자매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