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의 신구 주인 간 명암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또 교차했다.

김재현(SK)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으나 김동주는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재현은 2-0으로 앞선 5회 두산 선발 다니엘 리오스의 133㎞짜리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 당겨 우측 스탠드를 훌쩍 넘겼다.

자유계약선수(FA)로 SK 유니폼을 입기 전 친정 LG 트윈스에서 마지막으로 뛰던 2004년 9월5일 한화전 이후 무려 3년 만에 잠실벌에서 나온 대포. 현재 잠실벌의 주인 김동주가 보는 앞에서 그는 '캐넌히터'의 귀환을 알렸다.

2002년 삼성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고관절 통증을 딛고 대타로 나와 노장진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때리며 드라마를 썼던 김재현. 이후 가을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다 5년 만인 올해 당시 LG 사령탑 김성근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춰 가을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전날부터 3번 지명 타자로 나선 김재현은 3차전에서 1회 첫 타석 때 김명제의 몸쪽 낮은 146㎞ 직구를 잡아 당겨 우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결승타점을 올렸다.

"타격감이 좋다"던 그는 경기 전 "리오스를 상대로 한 가지를 확실히 노리겠다"고 약속했고 리오스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았다.

SK 투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 3차전까지 8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동주는 이날도 1회 삼진, 4회와 7회 유격수 땅볼 등 3타수 무안타로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두 차례 걸친 양팀간 몸싸움에서 가장 흥분한 모습을 보였으나 타석에서 성적은 신통치 않다.

주포 김동주의 부진이 깊어지면서 두산의 득점력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전날 실책에 의한 대량실점이었다고 하나 1-9로 패한 뒤 이날도 단 1안타에 묶이며 0-4로 완패했다.

이틀간 때린 안타는 단 7개다.

신일고(김재현)-배명고(김동주), 연세대 가입학(김재현)-고려대(김동주) 등 야구 인생에서 라이벌 관계를 지속해 온 이들은 김동주가 대학 졸업 후 두산에 입단한 1998년부터 LG(김재현)와 두산의 간판 타자로서 잠실벌의 주인을 놓고 경쟁 관계를 이어갔다.

김재현이 빠른 스윙 스피드를 앞세운 중장거리포였다면 김동주는 웅담포 한 방으로 팬에게 호감을 사는 거포였다.

김재현이 2005년 SK로 이적하면서 라이벌 관계는 잠시 수그러들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재점화됐다.

김재현이 타격 슬럼프로 올해 타율 0.196에 홈런 5개에 그치며 최악의 성적을 남긴 반면 김동주는 타율 0.322를 때리고 19홈런에 78타점을 올리며 해결사답게 팀을 이끌어왔기에 라이벌전에서 김동주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언제나 그렇듯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