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은 정부조달 입찰을 할 때 해당 국가(지역)에서의 실적 여부를 자격 요건으로 두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국내 기업들은 현지 실적에 상관없이 1조8000억유로(2005년 기준) 규모의 EU 27개국 정부조달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과 EU는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쉐라톤호텔에서 계속된 FTA 3차 협상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김한수 한국 수석대표는 "정부조달 분야에서 서로의 작은 요구들을 가지치기하고 일부 합의에 이르는 등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건설조달 국제 입찰 하한선 완화 △중소기업 보호조항 삭제 △정부조달 대상 공기업 범위 확대 등 정부조달 관련 3대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만 EU는 2차 협상 때 제기한 정부조달 범위 기초자치단체 확대 요구를 거둬들였다.

전날 공식 회의가 끝난 상품 양허 분야에서는 '묘안'을 찾기 위한 수석대표 간 비공식 논의가 만찬까지 이어졌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다음 달 4차 협상에서 더 논의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개별 품목 논의에 들어갈 수 없는 EU 측 입장과 양허안을 다시 수정하기 어려운 우리의 입장을 서로 이해하는 선에서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이날 상품분야의 비관세장벽 위생검역 원산지기준 서비스·투자 금융서비스 지식재산권 등 9개 분야에서 절충을 벌였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특히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지재권 분야에서는 EU가 2차 협상에 이어 의약품 자료 독점기간을 한·미 FTA 합의보다 2배나 긴 10년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6년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금융분야에서는 금융기관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국적이나 거주지 요건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해 EU 측도 동의했고 위생검역분야에서는 동물복지에 대한 우리 측의 제안에 EU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쟁점화될 가능성은 줄었다.

브뤼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