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조제 무리뉴(44) 감독이 사퇴했다.

첼시는 20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에 "무리뉴 감독이 구단과 결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BBC는 무리뉴가 19일 홈에서 열린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약체 로젠보리(노르웨이)와 1-1로 비긴 뒤 주장 존 테리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감독직을 그만둔다고 전한 것으로 보도했다.

포르투갈 체육교사 출신으로 잉글랜드 명장 보비 롭슨 감독의 통역을 하다 지도자로 변신한 무리뉴는 2003-2004 시즌 포르투갈 FC포르투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뒤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4년 6월부터 첼시를 맡았다.

이때부터 2년 동안 무리뉴는 구단주인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특급 스타들을 싹쓸이 영입해 2004-2005 시즌부터 두 해 연속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밟았다.

1955년 이후 반세기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려 첼시의 한을 풀어준 것도 무리뉴였다.

이처럼 잘 나가던 무리뉴 사단은 2006-2007 시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안드리 셉첸코(우크라이나)와 미하엘 발라크(독일) 등 이적시장 최대어를 잇따라 영입하며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노렸지만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선두를 내준 채 끌려갔고 우승컵을 빼앗겼다.

시즌 내내 구단주와 불화설에 시달렸던 무리뉴는 FA컵 우승을 차지해 기사회생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07-2008 시즌 초반 무리뉴의 발목을 잡아챈 건 주전들의 줄부상이었다.

디디에 드로그바와 발라크, 테리, 프랭크 램퍼드 등이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정규리그 6경기에서 3승2무1패로 5위에 내려앉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벗지 못했다.

세 경기 연속 무승에 그친 무리뉴는 3년 간 첼시를 이끌면서 정규리그 120경기에서 85승25무10패로 경이적인 성적을 올렸지만 계약 기간인 2010년까지 남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됐다.

구단은 "결별을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무리뉴가 자의로 사퇴했는지, 경질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무리뉴가 사퇴함에 따라 누가 첼시의 지휘봉을 잡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줄곧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돼온 거스 히딩크 러시아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후안데 라모스 세비야 감독,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한 마르첼로 리피 전 이탈리아 감독, 파비오 카펠로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