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국제유도연맹(IJF) 회장 비서실은 7일 박회장이 전격 사퇴하게 된 배경으로 `회원국들의 새로운 변화요구 수용, IJF 분열 및 대결구도 해소를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회장이 지난 2005년 두산그룹 `형제의 난' 와중에도 꿋꿋하게 유지했던 IJF 회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직함을 한꺼번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속내는 국제유도계에서 유럽 세력에 밀리면서 힘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IJF 전체 197개 회원국 중 가장 많은 50개국이 포진한 유럽유도연맹(EJU)은 이미 2003년 총회때부터 아시아출신 박용성 회장의 장기 재임에 불만을 품고 반기를 들었었다.

루마니아 출신의 비저 마리우스 EJU 회장은 2005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실시된 회장 선거에서 박용성 회장에게 100-85로 패하자 `부정 선거'라고 주장하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CAS는 2년여 동안 IJF 회장 선거를 검토한 뒤 박용성 회장의 손을 들었지만 EJU는 최근 아시아유도연맹 회장에 자신들이 지지한 오베이드 알 안사 쿠웨이트 회장이 당선되자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며 박회장을 압박했었다.

결국 유럽연맹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집단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위협하자 박회장은 3선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IJF 내부의 이같은 행태는 지난 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이사회에서 강영중 회장을 `불신임'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똑같은 압력으로 비쳐진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를 중심으로 지지세력이 많은 펀치 구날란 BWF 부회장은 강회장이 자신의 비리에 제동을 걸자 정관에도 없는 불신임안을 총회에 상정하겠다며 압력을 가했다.

결국 유도나 배드민턴 가릴 것 없이 국제스포츠계는 지지세력을 바탕으로 한 힘의 논리가 철저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한국 스포츠는 한 때 3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고 3명이 올림픽 종목 국제경기단체 수장을 맡기도 했지만 이제는 변방으로 추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7월 과테말라에서 열린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평창이 지고 난 뒤 제기된 `스포츠 외교력 강화방안'을 근본적으로 제고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