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략과 차이없다"..`대선손떼라'엔 대응자제

청와대는 3일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孫鶴圭) 후보가 전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대선판에서 비켜서달라", "발언에 품격을 갖추라"라며 `노 대통령 때리기'로 각을 세우며 성토한데 대해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했다.

다만, 손 후보의 여러 발언들 중 남북정상회담의 정략성을 거론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인식과 대동소이하다며 비판의 날을 분명히 세웠다.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손 후보의 대선 개입 비판에 "민주신당 내부에서 경선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손 후보의 남북정상회담 인식이 한나라당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손 후보가 "만약 만의 하나라도 이번 대선에서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면 그것은 사양한다, 영어로 `노 탱큐'"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
천 대변인은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남북정상회담을 찬성해왔고 대통령 임기가 하루가 남더라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하라고 했다'는 손 후보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킨 뒤 "그러나 지금 와서 대선에 도움을 준다면 사양하겠다는 것은 적절치 못한 표현이며, 앞뒤가 안맞고 모호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발언의 일관성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핵문제 해결과 남북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이고 이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누구에게 정치적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도 없고 누구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거라 생각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한나라당이야말로 정략적 계산때문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손 후보가 왜 있지도 않은 선거관련성을 꺼내는지 모르지만 손 후보가 사양한다고 해서 정상회담을 하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의 정략적인 주장과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어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을 제외하고는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는 손 후보의 발언에 맞대응을 하지 않은 것은 이날부터 민주신당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여론조사에 돌입하는 정치적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각적으로 맞대응을 하며 손 후보를 비판할 경우 경선 개입 시비 등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거듭된 질문에 천 대변인은 "민주신당 경선 여론조사가 시작되는데 상당히 신중하다"고 말하고 추가적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의 정략성을 거론한 부분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냥 방치할 수 없는데다, 한나라당적 시각에서 비판을 했다는 판단에 따라 `손 후보가 여전히 한나라당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정치적 비판 효과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들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