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승리.. 'CEO 브랜드' 주효… 전문가들 "도덕성보다 능력 선택"

"`민심의 승리'였다.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민심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이 전 시장은 당원과 대의원, 국민참여 선거인단을 아우르는 현장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400여표 차로 졌으나 여론조사에서 2천900여표 앞서면서 신승했다.

한마디로 조직의 열세를 민심의 우위로 돌파한 셈이다.

이 전 시장이 이처럼 민심에서 크게 앞설 수 있었던 것은 경선 레이스 초반부터 넘버원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대한민국 747 비전'(7% 성장, 4만 달러 소득, 7대 경제강국) 등을 제시하며 경제 이슈를 선점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이 전 시장은 지난해 6월말 서울시장에서 물러나면서 경선 레이스의 출발점에 섰을 때만 해도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박 전 대표에 비해 10% 포인트 가량 뒤졌다.

그러나 경제살리기가 일종의 시대정신처럼 최우선 국가과제로 부상하면서 `경제하면 이명박' 이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서서히 먹혀 들기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9∼10월부터는 한반도 대운하가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박 전 대표를 앞서기 시작했고 연말께는 50%를 넘어섰다.

지지율 격차도 더블스코어 이상이었다.

이 전 시장은 이후 한번도 지지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수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현대건설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경제지도자의 이미지와 서울시장 시절 이룩한 `청계천 신화' 등이 유권자들에게 강렬하게 어필하면서 `경제'라는 화두는 위기 때마다 이 전 시장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 전 시장에 대한 국민의 `도덕적 잣대'가 다른 주자들에 비해 다른 것처럼 보였던 것도 결국은 경제 살리기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선 직전 한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60% 가량이 `차명재산' 의혹이 일고 있는 `도곡동땅'이 이 전 시장 소유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전 시장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적 흠결이 있더라도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이 전 시장을 지지하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절대 우위의 `민심'은 `당심'을 공략하는 데도 효과를 발휘했다.

박 전 대표가 장악해온 두터운 조직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당원협의회 위원장들을 하나 둘씩 우군으로 만들어 나갔다.

물론 이날 개표결과 이 전 시장은 조직표에서 박 전 대표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왔지만 비주류, 아웃사이더였던 이 전 시장이 조직표를 절반이나마 가져온 것은 대단한 성과라는 것이 평가가 많다.

무려 6개월간 계속된 박 전 대표측과 범여권의 파상적 네거티브 공격을 그런대로 잘 버텨낸 것도 승인의 하나로 평가된다.

검증공방 와중에 한때 50%를 웃돌았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한때 `이대로 침몰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돌았으나 끝내 심리적 마지노선인 35%선을 지켜냈다.

이와 함께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뤄낸 입지전적 성공스토리, 그리고 서울시장 재직 당시 청계천 복원 및 교통체계 개편 등에서 보여준 추진력과 실적도 표심을 빨아들이는 데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과 30∼40대 연령층에서 4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검증된' 능력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취약지역인 호남에서 두 자릿수 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이전 한나라당 후보들과 달리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은 것도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운'도 이 전 시장의 편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연일 이 전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주장들이 신문의 1면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사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돌출, 여론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권자들이 `도덕성'보다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을 선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대기업 사장과 서울시장 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검증받은 능력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면서 "부수적 요인이긴 하지만 운도 좋았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