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20일 마침내 대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선 필패,불가론'을 제기하며 경선 막판까지 맹추격했던 박근혜 후보를 근소한 차로 따돌리고 경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박 후보와 협력해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며 정권 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후보 앞에 놓인 과제가 적지 않다.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와 깊게 파인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게 급선무다.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박 후보의 선택에 따라 당의 화합-분열 여부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본선 과정에서 이 후보에 흔쾌히 협조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李의 승인

박 후보와 범여권 측의 파상적인 검증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당원과 국민들이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은 '시대 정신'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상대는 네거티브를 부각 시킨 반면,이 후보는 '경제대통령''CEO리더십'을 모토로 정책,비전을 내세운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선택해 줬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캠프는 이번 경선을 통해 지도자의 덕목으로 '도덕성'보다는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리더십'이 유권자들의 판단 잣대였음을 입증했다고 분석한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60% 이상이 도곡동 땅이 이 후보의 것이라고 보인다고 했으나 결국 이 후보를 선택한 게 이를 반증한다는 것이다.

조해진 특보는 "이런 시대정신이 국민들의 지지율로 나타났고,박 후보에 크게 기울었던 당심조차 돌아서게 만든 요인"이라고 단정했다.

갖가지 의혹 중 결정타를 맞을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도 승리의 주요 원인이다.

도곡동 땅 차명의혹,BBK 관련성 등이 집요하게 이 후보를 따라다녔지만 큰 것 '한방'은 터지지 않았다.

막판 검찰의 도곡동 땅 차명의혹 발표는 표차를 좁히는 원인은 됐지만,대세론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朴 아름다운 승복‥향후 선택은

이 후보는 이날 박 후보를 향해 "중심적 역할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경선 투표 결과 예상을 깨고 박빙의 승부를 펼친 박 후보의 도움은 절실하다.

특히 박 후보의 대중적 인기를 탐낼 수밖에 없다.

이에 박 후보는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면서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가 선뜻 도와줄지는 미지수다.

그는 경선 막판 이 후보 면전에서 "매일 의혹이 터지고 변명하는 후보를 뽑았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캠프에선 서울 도곡동 땅 문제가 불거진 이후 아예 이 후보 사퇴론까지 들고 나온 실정이다.

박 후보가 기존 발언을 철회하고 180도 달라진 자세로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해야 하지만 당장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만약 이 후보가 여권의 검증 공세로 코너에 몰리게 되면 박 후보 측은 '교체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다시 당은 한바탕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겉은 봉합,속은 갈라지는 그림 속에 박 후보가 비주류의 선봉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박 두 후보 측이 당권을 놓고 또다시 힘겨루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차기'를 위해 당장 승자 쪽의 우군이 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묵시적인 협력에는 동의할 가능성도 크다.

의원직을 갖고 있는 데다 따르는 의원들의 충성도가 높은 박 후보가 이런 선택을 통해 다시 당의 구심점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후보 쪽에서 어느 정도 '당근'을 약속하고,지지자들도 "대선 승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