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0일 전당대회에서 이명박 후보를 17대 대선후보로 확정,12월 대선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나라당은 이날 '대선 3수 실패는 없다'며 강한 집권 의욕을 드러냈지만 그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검증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간 깊게 패인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게 급선무다.


◆당내 화합 가능할까

무엇보다 당을 추스리는 게 급선무다.

지난 1년여간 한나라당은 이-박 두편으로 나눠 갈갈이 찢어져,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한나라당이 아니라 '두 나라당'이란 소리마저 들어야 했다.

당 지도부는 이 같은 갈등을 꿰메기 위해 각종 화합책을 모색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경선 직후 '화합 워크숍'을 추진하고 있다.

경선 후보들과 원내외 당원협의회장,두 후보 선대기구 구성원들이 모두 모여 경선 과정의 오해를 풀자는 취지의 행사다.

이명박,박근혜,홍준표,원희룡 후보 모두 참석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강 대표는 또 이른 시일 내에 경선참여 후보들과 함께 별도의 화합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

이-박 후보 측 원로들은 지난 16일 경선 결과의 무조건 승복에 합의하고,단합과 결속을 위해 경험과 경륜을 살려 정권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갈 데까지 간'경선전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치유하기엔 상처가 너무 깊기 때문이다.

모 후보 측에선 상대 후보 측 일부 참모를 겨냥 "누구누구는 도저히 같이 끌어안고 갈 수 없다"는 주장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검증 공세 등으로 인해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질 경우 '교체론'주장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다시 당은 한바탕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때문에 패배한 쪽 의원들과 공천 희망자들은 목숨을 걸고 대표 경선에 임할 수 있다.


◆예상 뒤엎은 표분석

개표 결과는 의외였다.

그간의 여론조사와는 판이했다.

당초 당원과 대의원표에서 이 후보가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박 후보가 오히려 2000여표 앞서가는 상황이 연출됐다.

원래 우세가 점쳐졌던 대구는 물론 박빙승부가 펼쳐지리라 예상됐던 경북지역에서 박 후보가 압승을 거둔 결과였다.

충청지역에서도 박 후보가 이긴데다 당초 이 후보 강세지역였던 경기에서도 접전이 펼쳐졌다.

상황이 이쯤되자 박 후보가 대역전승을 거두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이 나왔지만 이 후보에게는 최후의 보루가 남아있었다.

표가 가장 많은 서울과 여론조사였다.

서울에서 이 후보는 표차이를 크게 줄였다.

결국 당원과 대의원,국민선거인단표에서 이 후보는 박 후보에 400여표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2600표를 이겨 가까스로 승부를 뒤집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