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72번째 홀에서 어려운 파세이브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걸어 나오는 최경주(37·나이키골프)에게 '골프 전설' 잭 니클로스(67·미국)가 다가가며 말했다.

"당신이 최고다.

마지막 홀 퍼트가 어려웠는데 그 위기에서도 마무리를 잘한 당신이 자랑스럽다."

최경주는 "칭찬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신과 같은 시대에 사는 우리는 정말 행운아들입니다"라고 화답했다.

최경주가 4일(한국시간) 오하이오주 뮤어필드GC(파72)에서 끝난 미국 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총 상금 600만달러,우승 상금 108만달러)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2000년 미국 진출 후 통산 5승째다.

이 대회 우승 의미는 각별하다.

무엇보다 타이거 우즈(32·미국) 비제이 싱(44·피지) 어니 엘스(38·남아공) 필 미켈슨(37·미국) 등 이른바 '톱 랭커'들이 모두 출전한 대회에서 정상에 섰다는 점이다.

최경주는 그동안 메이저대회 전후로 열리거나 시즌 후반 그 해 '타이틀'이 이미 정해진 뒤 열린 대회에서만 4승을 거뒀다.

우즈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일 역전 우승 역시 처음이다.

첫 4승은 최경주가 3라운드 선두이거나 첫날부터 선두일 경우 달성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최경주는 3라운드까지 선두 로드 팸플링에게 5타나 뒤졌었다.

최종일 그 5타 열세를 만회하고 우승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5타 역전 우승은 올 시즌 미 PGA투어 대회에서 최다 타수차 역전 우승 기록이다.

그만큼 4일 동안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뒷심'도 흠잡을 데 없다는 얘기다.

최경주는 이번 우승으로 시즌 상금(총 216만3629달러)과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이 모두 8위로 급상승했다.

세계 랭킹도 지난주 32위에서 17위로 상승했다.

올해 열릴 미국-인터내셔널팀 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 컵에도 출전하게 됐다.

이런 객관적인 기록은 최경주가 2005년부터 3년 연속 매 시즌 1승을 올렸다는 사실과 맞물려 그가 미 PGA투어에서 정상급 선수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

최경주는 또 아시안 골퍼로는 미 PGA투어 최다승 행진을 이어갔다.

아시안 골퍼로서 미 PGA투어에서 우승한 선수는 일본의 마루야마 시게키(3승)와 아오키 이사오(1승),대만의 첸체충(1승) 등 4명에 불과하다.

최경주는 이제 아시안 골퍼들이 단 한 차례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는 미국에 진출할 당시 투어 10년째쯤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겠다고 목표를 정한 바 있다.

올해는 투어 8년째.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온 US오픈은 그가 메이저대회 우승에 근접해 있는지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