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인정되면 이건희 회장 검찰 조사 불가피

삼성그룹 편법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온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 항소심 결과가 29일 선고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조희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404호 법정에서 에버랜드 CB 저가발행을 공모해 회사에 9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된 전ㆍ현직 사장 허태학ㆍ박노빈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연다.

항소심에서는 이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배임' 여부와 손해액 규모, 배임이 그룹 지배권 승계를 위한 `공모'에 따른 것인지 등 크게 세 쟁점이 부각됐다.

재판부는 배임 행위를 했는지, 배임으로 얼마나 손해가 생겼는지, 배임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이재용씨에게 넘겨주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공모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놓는다.

재판부가 `공소장에 기재된 이사의 임무가 모호하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은 CB 발행 이전에도, 이후에도 공모해 이재용씨의 CB 인수를 도와 임무를 어겼다"며 거부해 배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도 관심이다.

1심은 2005년 허씨 등이 에버랜드 주식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적정한 전환가격을 정해 가능한 많은 자금이 들어오도록 회사를 위해 사무를 처리해야 할 임무가 있는데도 이재용씨에게 지배권을 넘겨주기 위해 헐값에 CB를 발행해 임무를 위배했다며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CB 가격이 적정가보다 현저히 낮아 이씨에게 부당 이득을 주고, 회사에 손해를 가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씨의 이익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며 재산범죄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 적용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죄 대신 형량이 낮은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항소심도 배임죄를 인정할 경우 이재용씨의 지분 취득을 둘러싼 논란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룹의 공모까지 인정된다면 이건희 회장의 검찰 조사가 불가피해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