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에 '캐디 대디'와 '캐디 맘'의 위력이 무섭게 몰아치고 있다.

27일 경기도 이천 비에이비스타골프장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배상문(21.캘러웨이)의 캐디는 어머니 시옥희(49)씨.
앞서 열린 토마토저축은행오픈과 매경오픈에서 잇따라 우승컵을 거머쥔 '슈퍼루키' 김경태(21.신한은행)는 아버지 김기창(54)씨가 캐디를 맡고 있다.

올해 열린 4개 대회에서 3차례 우승이 '부모 캐디' 손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시씨는 중학교 1학년 때 골프에 입문한 배상문이 프로 선수가 된 뒤 줄곧 맡아왔다.

잠깐씩 딴 사람을 캐디로 쓴 적은 있지만 거의 대부분 배상문의 경기 때 캐디복을 입었다.

김경태의 아버지 김기창씨는 부상으로 투어 프로 선수의 꿈을 접었지만 그래도 프로 골프 선수 출신이고 레슨 코치로 일해왔기에 아들의 백을 멘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
그러나 나이 쉰을 바라보는 주부인 시씨가 프로 골프 선수의 캐디로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시씨는 "아들의 성격을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면서 "상문이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성격이라 내가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고 캐디를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얘는 9번 아이언 거리에서 8번 거리만큼 치고 그러는데 내가 아니면 정확한 클럽을 선택해줄 수가 없다"는 시씨가 말이다.

배상문은 지난해 한국프로골프 장타 1위에 오른 사실이 말해주듯 시원시원한 장타가 장기이지만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 때문에 종종 경기를 망치곤 했다.

어머니 시씨는 이런 배상문을 코스에서 사정없이 꾸짖으면서 다스린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된 '아들'과 어머니가 매사 뜻이 맞을 리 없다.

배상문의 경기를 보다 보면 모자가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광경은 앞으로 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독립'을 간절히 원해온 아들에게 어머니 시씨가 "이번에 우승하면 내가 더 이상 백을 안 메겠다"고 약속했기 때문.
시씨는 "상문이가 잘 해나가면 굳이 내가 캐디를 할 이유가 없다.

시원하다"면서도 은근히 아들의 백을 내려 놓게 된 것을 서운해했다.

(이천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