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협정문과 관련 부속서를 전면 공개하면서 새로운 내용들이 일부 확인됐다.

특히 극장내 영화촬영 미수범에 대한 처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한 제도 도입, 섬유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정보제공 범위,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 대상 등 분야에서 눈에 띄는 내용들이 많았다.

◇ 미국, 개방 예외 적지않아

미국은 개방의 대표적인 원칙인 내국민 대우의 예외로 자국에서 건조된 배만 연안운송을 허용하는 존스액트를 고집, 관철했을 뿐 아니라 서부 17개주 연방 및 주정부 소유림내 원목의 수출을 금지하는 수출입제한금지의 예외도 인정받았다.

당초 쌀의 양허 제외의 대가로 존스액트만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원목 수출을 둘러싸고도 FTA 기본원칙의 예외를 관철한 것이다.

아울러 상품 관세 양허와 관련, 참치캔과 철강에 대해서는 장기간인 10년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이는 역으로 우리나라 업체에는 불리한 내용이다.

◇ 미국 섬유시장 즉시개방 61% 그쳐

특히 섬유의 경우 우리측은 스웨터 등 225개 품목의 즉시 철폐를 요구했으나 164개만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섬유 즉시 철폐율은 수입액 기준 61.1%에 그쳤다.

이는 미국이 종전에 맺은 FTA중 싱가포르(100%)나 칠레(100%)에 비해서는 낮고 호주(7.0%), 모로코(0.4%)보다는 높은 것이다.

얀포워드로 대표되는 원사기준 원산기 예외 품목은 당초 우리가 200개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33개(HS10단위)만 허용했다.

다만, 관세특혜물량(TPL)과 역내조달 확대 등을 통해 특혜관세 수혜 비율이 80%이상에 달할 수 있다고 정부는 추정했다.

그러나 섬유 우회수출 방지를 위한 국내 섬유 기업들의 부담도 적지않다.

협정 발효 1년이내에 대미 수출 업체나 관련 투입재 생산업체는 납품기업 명단, 근로자수 등 정보를 미측에 제공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우리 정부와 공동으로 예고없이 현장실사를 할 경우 거부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특혜관세의 적용이 배제되는 만큼 대미 수출 섬유업체들은 사실상 미국의 현장실사가 의무적인 셈이 된다.

미측의 섬유 세이프가드도 관세철폐 이행기간후 10년까지로 규정됐다.

관세철폐 기간이 10년이라면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는 기간은 20년까지 허용되는 것이다.

◇ 의약품 부담 된다

양국은 의약품과 관련된 독립적인 재심절차의 구체적인 내용을 부속서한으로 합의했다.

독립적인 재심기구는 원심을 번복할 수는 없지만 가격 등 결정사항을 당초 결정기관으로 환송할 수 있다.

미국은 특허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때 시판허가를 30개월간 자동 정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국내적으로 이행가능한 적절한 방안을 강구하자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가처분 결정때까지 판매보류를 조건으로 시판 허가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 ISD 범위 구체적 적시

양국은 투자자-국가소송(ISD) 대상으로 협정의무 위반 이외에 투자계약과 투자인가를 포함했다.

원칙적으로 공공복리 목적의 부동산가격안정정책은 논란이 많았던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정의됐다.

또 조세정책도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조세조치가 수용에 해당되면 양국 정부간 협의를 거친뒤 ISD를 적용할 수 있다고 표현돼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 일시세이프가드는 1년이내 발동을 원칙으로 정했다.

◇ 서비스 분야도 일부 논란 소지

정부는 의료와 관련,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관계법령상 특례는 서비스 포괄 유보 범위에서 제외했다.

육상운송중 이미 개방된 통근.통학버스, 공항버스, 모노레일 등 서비스는 현재유보로 규정됐다.

전문직 비자쿼터와 일시입국 조항은 미측이 난색을 표해 협정문에 반영되지 못했다.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는 협정발효 3년내 금융감독위원회의 감독을 적용하기로 했으며 우체국보험은 변액보험 등 새로운 상품 영역에 대한 진입을 제한하고 현재 4천만원인 가입한도를 증액하는 경우에도 금감위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 기술 상호인정 확대

양국은 정보통신기기 분야 상호인정협정(MRA)을 기존 시험성적서 수준에서 제품인증서 상호인정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이 자국내 제품인증서로도 상호 수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주파수의 경우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할당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나 경매뿐 아니라 행정유인가격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공공정책의 목적달성을 위해 표준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규정됐지만 무선분야에서는 그 범위가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 글로벌로밍 보장, 법집행 등에 제한됐다.

◇ 지재권 관련 제도 도입 많아

소비자의 품질 오인이나 출처의 혼동을 방지할 목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업의 특징을 증명하는데 사용하는 증명표장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등록상표를 지정상품에 대해 독점사용하는 권리인 전용사용권의 경우 효력 발생요건으로 규정된 등록 요건을 폐지, 향후에는 전용사용권을 등록하지 않은 사용권자의 권리 보호가 강화된다.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손해배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손해산정이 어려울 경우 대체형량을 가능하도록 하는 법정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상업적 규모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저작권자가 고발하지 않더라도 수사기관 직권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관에서 비디오로 영화 촬영을 시도하는 경우 촬영을 제대로 못했더라도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온라인상의 지재권 침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영장이 없이도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요구, 위반자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 국내 법령 개정 30개 넘을듯

정부가 이날 상세 설명자료에서 제시한 법령 개정은 30여개에 달했다.

FTA 이행을 위한 관세법 특례에 관한 법률, FTA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관한 특별법, FTA이행을 위한 관세특례법, 약사법,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관세법, 전기통신기본법, 특별소비법, 지방세법,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및 안전기준 시행세칙, 불공정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방송법, 변호사법, 전기통신사업법,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저작권법, 상표법, 특허법, 행정절차법 등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