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엑슨-플로리오 법안'은 외국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도입하는 게 마땅하다."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은 23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자본 M&A 규제 법안 필요한가'라는 심포지엄에서 "국가 경제에 대한 중요한 위해 가능성이 있다면 외국 자본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기업에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소위 '먹튀'가 십상인 외국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주요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타결로 '글로벌 M&A 시대'가 도래한 만큼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공기업과 사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외국 투기자본의 진입을 경계해야 한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현식 성균관대 교수는 "국내법은 내국인이나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최근 제시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 법안'에 대해 여야가 일치된 입장을 보이는 것을 보면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경영하면 안 된다는 민족주의를 보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우리나라는 '반외국자본 정서'라는 국민 여론에 힘입어 적대적 M&A를 막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국민 여론과 자사주 매입 외에는 별다른 방어 수단이 없는 현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무는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소개한 뒤 "당시 소버린과의 표대결에서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들의 95%가 SK㈜에 표를 던진 대신,외국인 투자자들의 70%가 소버린 편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 해에 7조3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며 "이게 옳은 일인지는 시장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투기와 투자의 구분은 쉽지 않다"면서 "외자의 M&A 규제 법안은 외국 자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국내 기업에 무기를 쥐어주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또 '첨단산업에 대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해외 투기자본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이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국가로부터 핵심 기술로 인정받은 부분만 해당돼 민간 기업이 개발한 첨단기술이 M&A를 통해 유출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발제자로 나선 송종준 충북대 교수는 "이미 프랑스와 영국,중국 등은 방위사업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에 대해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정부가 나서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했다"며 "외국인 투자를 심의할 수 있는 위원회를 설치해 자동차,조선산업 등을 보호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