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외환은행 인수 시도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환은행 재매각에 대한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DBS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여전한 데다 정치권도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 재매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DBS는 최근 농협과 컨소시엄 결성에 실패한 이후 카타르투자청과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작년 외환은행 인수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작년 싱가포르의 국유 산업자본인 테마섹이 DBS의 지분을 28% 보유한 채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DBS의 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한동안 관망하던 DBS는 작년 11월 국민은행과 론스타간 본계약(SPA)이 파기된 이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물밑 작업을 재개했고 최근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지지를 받으면서 유리한 형국을 맞는 듯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이 여전히 DBS 측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컨소시엄 구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SC제일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역시 테마섹이 대주주이기는 하지만 DBS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테마섹은 스탠다드차타드의 지분을 11%만 보유한 채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는 데다 영국 감독당국 등으로부터 위규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없었다"며 "DBS의 적격성 여부는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오면 검토할 것이나 작년에는 테마섹 측 인사가 파견돼 있어 동일인 범위에 들어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내부에서도 노조의 DBS 지지에 대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 개점 예정인 3개 해외지점을 포함해 해외점포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29개를 보유한 외환은행이 화교 자본에 넘어갈 경우 해외영업 노하우는 물론 산업 정보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 부.점장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DSB 지지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대위는 어느 특정은행을 지지한 적이 없다"며 "2003년에는 어쩔 수 없이 외국계가 들어왔더라도 이번에는 외국인 자금이 아닌 국내 연기금 등의 인수를 통해 실물경제와 뗄 수 없는 외환은행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 일부는 외환은행을 연내 재매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2003년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법원의 판결 후 대주주인 론스타와 매각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은 뒤 은행 매각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민주노동당, 금융산업노동조합, 사무금융연맹 등으로 구성된 론스타게이트 국민행동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DBS매각 찬성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용인한 우(愚)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불법매각 진상규명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17일에는 금감위 앞에서 집회를 열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직권 취소토록 촉구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작년에 DBS를 불허한 금융감독 당국이 올해 태도를 바꿀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검찰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있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나가는 것을 용인한다면 금융당국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업계 일부에서는 반외자 정서를 앞세워 금융기관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거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론스타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 주관사를 노리는 일부 투자은행(IB) 등이 매각설을 흘린 이후 매각 논의가 원칙없이 왜곡되고 있다"며 "글로벌 시대에 대주주 자격을 외국인과 내국인으로 구별하는 것은 아무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