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와 꼬리뼈 부상에 따른 훈련부족과 체력저하가 결국 김연아(17.군포 수리고)의 '피겨여왕' 대관식을 가로막았다.

더불어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안도 미키(20) 등 일본 선수들의 한 수 높은 기량도 그에겐 걸림돌이 됐다.

김연아는 24일 도쿄 시부야 도쿄체육관 특설링크에서 막을 내린 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186.14점으로 개인 통산 최고점을 기록하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1.95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해 기대가 컸으나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두 차례나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결국 안도와 아사다에게 금, 은메달을 내줬다.

1월 초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은 이후 기초체력훈련은 물론 실전 연기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던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꼬리뼈 부상까지 겹치는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스케이트부츠까지 말썽을 부리면서 제대로 연습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 직전에 다리에 힘이 빠지자 침을 맞는 응급조치와 함께 진통제까지 먹고 출전, 1위를 차지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이날 김연아는 4분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트리플-트리플 콤비네이션(연속 공중 3회전)점프로 깨끗하게 시작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후반 들어 체력부족으로 스파이럴(한쪽 발을 들고 나머지 발로 활주하는 것)과 스핀동작에서 중심이 흔들리고 점프에서 두 차례나 넘어지는 실수를 하면서 2점이나 감점을 받았다.

결국 기초체력이 부족으로 프리스케이팅 연기에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만 것이다.

반면 라이벌 아사다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프리스케이팅에서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을 앞세워 높은 기술요소 점수를 앞세워 김연아를 추월했다.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 안도 역시 세 차례의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나머지 연기요소들도 빈틈없이 성공시키면서 역대 최고점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완벽한 점프 기술과 기본기로 무장한 일본의 벽 앞에 김연아의 첫 세계선수권대회 도전은 판정패로 끝나고 말았다.

아쉽게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김연아는 "두 차례의 점프 실수를 한 것과 잦은 부상으로 훈련이 부족했던 게 우승하지 못했던 원인"이라며 "다음 시즌에는 몸 관리를 잘하고 체력을 보강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