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정치아는 대통령 됐으면"
李 "경제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노무현 대통령), "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이명박 전 서울시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7일 차기 대통령 자질 관련 발언을 계기로 `경제대통령'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 전 시장이 28일 즉각 반격에 나서고, 한나라당 다른 주자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전날 인터넷 매체와의 회견에서 "'경제하는 대통령' 얘기를 하는데, 15대 대선때도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하는 대통령, 16대 때도 경제하는 대통령이 항상 높이 나왔다"면서 "그러면 그 때 시대정신이 경제였겠느냐 경제는 어느 때나 항상 나오는 단골메뉴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시대정신은 (시기마다) 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 고려대 경영대학원교우회 모임인 '고경아카데미' 초청 조찬특강에서 "요즘은 경제가 정치다.

21세기에 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전 시장 핵심 측근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은 늘 강조돼 왔으나 지금까지는 그런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경제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해 왔다"면서 "지금은 경제회생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국민이 경제를 잘 아는 지도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민심과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도 이날 오후로 예정된 강북희망포럼 특강에 앞서 미리 배포한 `선진화를 위해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통해 "선진화를 위한 첫번째 과제가 지도자 리더십을 올바로 세우는 것이라면 두번째 과제는 바로 경제살리기"라면서 "국가가 국민에게 가장 잘못하는게 바로 일하고 싶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선 룰', `검증' 이슈를 놓고 이 전 시장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측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공동보조를 취했다.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 전 시장과 다르지만 경제 자체의 중요성까지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핵심 측근은 "21세기 대통령의 자질은 대한민국을 부자나라, 부자국민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을 우회비판했다.

다만 이번 경제대통령 2라운드 공방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지속된 1라운드 때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 모습이다.

1라운드가 노 대통령 발언의 바통을 범여권 주자와 손 전 지사가 이어받아 박 전 대표와 이 전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형국이었다면 이번 2라운드는 아직까지 노 대통령과 대선주자들 간의 대립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이 전 시장을 겨냥, "실물경제 좀 안다고 경제를 잘 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고, 이 발언을 계기로 정동영(鄭東泳) 전 열리우리당 의장과 손 전 지사 등은 이 전 시장의 `경제관'과 `경제성장률 7% 달성' 공약 등을 집중 성토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