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천재성이 있는 스타였다.

그러나 지나친 의욕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한 순간의 행동은 한국 축구에 적잖은 타격이 됐다.

박주영(22.FC서울)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 예멘과 홈 경기에서 제 몫을 해냈다.

이렇게 가다가는 '오만 쇼크'나 '몰디브의 굴욕'이 재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감돌던 후반 18분.
박주영은 페널티지역 외곽 좌중간에서 볼을 잡고는 한 발짝 치고 들어가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발을 맞춰왔던 '단짝' 김승용(22.FC서울)을 봤다.

볼을 주고 다시 받는 2대1 월패스는 겹겹이 쌓인 예멘의 수비진을 일거에 허물었다.

그리고는 침착하게 양동현(21.울산)에게 골을 배달했다.

물 흐르는 듯한 플레이였고 남미 선수들이나 할 수 있는 세 차례 터치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졌다.

스코어는 1-0.
그러나 후반 40분.
박주영은 '일'을 저질렀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박주영이 먼저 파울을 당했다.

상대 선수에게 반칙이 선언된 것도 명백했다.

그 다음 그의 행동은 경솔하기 짝이 없었다.

박주영은 예멘 수비수 모하나드 하산 야신(18.알 미나)에게 성큼 다가서더니 배를 불쑥 내밀어 상대방을 밀어뜨렸다.

야신은 그라운드에 쓰러져 나뒹굴었고 중국 주심 하이 탄은 가차없이 레드 카드를 빼내들었다.

독일월드컵축구 결승에서 지네딘 지단(프랑스)의 박치기 사건을 연상시킬법한 이 장면은 누가 보더라도 당연히 퇴장감이었다.

박주영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박주영은 축구 팬들에게 단순히 올림픽대표팀의 일원이 아니다.

이미 국가대표로 뽑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2005년 한참 신드롬을 불러 일으킬 때는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불렸던 선수다.

물론 현재의 베어벡호에서도 전력의 핵심이다.

박주영은 퇴장으로 예멘전보다 더 중요해진 3월1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원정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또 최근 국제 축구계의 추세로 볼 때 국제축구연맹(FIFA)이 비디오 리플레이를 통해 사안의 경중을 가려 추가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주영이라는 개인으로 봐서도 지난 시즌 K-리그와 독일월드컵에서 겪었던 슬럼프를 극복하고 소속팀 동계훈련에서 부활을 알리고 있는 가운데 나온 행동이어서 안타까움은 더 컸다.

천재의 과욕이 부른 상처는 꽤 깊게 남았다.

(수원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