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대통령론' 언급에 대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28일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전날 인터넷 매체들과의 회견에서 "15,16대 대선 때도 여론 조사를 하면 경제하는 대통령이 항상 높게 나왔다.

경제는 항상 나오는 단골 메뉴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시대 정신은 (시기마다) 다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정치를 잘 아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 데 대한 대응이다.

더군다나 노 대통령이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구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우회 모임인 '고경아카데미' 주최 특강에서 "요즘은 경제가 정치다.

21세기에 경제 없는 정치가 어디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노 대통령이 거론한 '경제하는 대통령'이 바로 자신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한 특강에서 "선진화를 위한 첫 번째 과제가 지도자 리더십을 올바로 세우는 것이라면 두 번째 과제는 바로 경제 살리기"라며 '경제'를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은 지난 22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 때 한나라당 대선 후보군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운하(한반도 대운하 지칭)가 우리 현실에 맞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등을 거론하면서 "우리 사회의 역사가 퇴행하는 것 아닌지 고민스럽다"며 우회적 어법으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직접 비판한 것이 아니라 대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손 전 지사는 '빈둥빈둥' 발언을 문제삼았다.

그는 한국노총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축사를 통해 "우리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인권운동 세력은 1970,80년대에 빈둥대고 놀지 않았다.

사회를 위해서 열심히 투쟁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70년대 노동자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선에서 피를 흘리며 투쟁했던 동지들이 생각 난다"며 "X바가지를 뒤집어쓰면서도 노동 현장을 지켜 왔다"고 핏대를 올렸다.

호남 방문 이틀째를 맞은 박 전 대표는 개그맨 유재석씨를 예로 들면서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가식 없고,진실되고,사생활이 깨끗하기 때문"이라며 "지도자가 진실되게 국민을 대하고,도덕적으로 깨끗하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이 전 시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김인식·강동균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