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인터넷 회견.."행정.실무내각 맞는 시기"
"北 핵무기 선제사용, 정신병자만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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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7일 "정치를 잘 알고, 가치를 말하고 정책을 말하는 사람, 가치지향이 분명하고 정책대안이 분명한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인터넷 매체와의 회견에서 차기 대통령의 자질,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변하면서 "특히 정치를 좀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하는 대통령' 얘기하는데, 15대 대선때도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하는 대통령, 16대때도 경제하는 대통령이 항상 높이 나왔다"면서 "그러면 그 때 시대정신이 경제였겠느냐. 경제는 어느 때나 항상 나오는 단골메뉴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시대정신은 (시기마다) 다 있다"고 말했다.

후임 총리 인선 방향과 관련, 노 대통령은 "지금 이 시점은 정치적 내각보다는 행정.실무적 내각으로 가는 것이 맞는 시기가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해 정치인 출신이 아닌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정통하고 국정경험이 풍부한 관료 출신에서 발탁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후속 개각 여부와 관련, "이번에 또 바꾸면 혁신 등 참여정부의 노선과 정책을 새로 익혀야 하는데다 바깥에 감이 맞는 분들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계에서도 모실 수 없고, 또 그동안 양성해온 인재들의 밑천이 좀 떨어진 상태이기도 하기때문에 가급적이면 그냥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北京) 6자회담 타결에 따른 남북정상회담 개최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상황 전개에 따라서 지금 이뤄질 수 있는 때이고, 만나서 할 말이 있다고 판단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손을 내밀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핵 문제, 관계 정상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1차적 문제이고, 1차적 과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풀기 어려운 것이 국제적 역학구조"라며 "먼저 해결될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가 할일이 바빠질 것이고, 여러 장애물이 없어지면 바빠지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은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려 하면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나를 위협할 때 대응하기 위해 또는 아예 위협을 못하도록 협상하기 위해 여러 목적으로 핵무기는 따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북한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개혁개방과는 별개로 상황에 따라서 미사일이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평화공존의 믿음을 갖도록 해 핵무기를 버리고, 개혁개방으로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해서 반드시 사용할것이냐. 절대로 포기않을 것이냐고 할 때, 사용하는 것보다 안하는 것이 더 이익이 크고 안전하다면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보다 버리는 것의 이익이 크면 버리는 쪽을 선택한다"면서 "그 판단에 있어서 현 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 핵무기를 공격용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북한이 먼저 공격을 받지 않고, 핵무기를 선제사용하는 것은 정신병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에게 관대한 것이 아니라 냉정한 사실관계만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북한은) 공존할 수 있느냐,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구조를 정착하고 교역하고 협력하고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핵무기를 버리고, 개혁개방쪽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쌍방 상호관계"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 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