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26일 신년 기자회견은 참여정부 4년에 대한 비판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규정하고,좌충우돌 뒤죽박죽 지리멸렬 무능 뻔뻔 등의 단어를 동원해 현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생 우선,경제 제일'을 내세워 '수권 정당'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모습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민생경제 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런 차원이다.

'잃어버린 4년'

강 대표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을 돌리고 막말부터 터져 나온다"며 "지난 4년은 한마디로 '잃어버린 4년의 세월'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노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참여정부에 민생 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이다.

그는 "노 정권은 무능하고 뻔뻔하다.

뭐든지 잘했다고 강변한다"며 "그런데 지지율은 왜 10%에 불과하느냐.손님들은 음식이 맛없다고 난리인데,식당에서는 손님 보고 입맛 바꾸라고 우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자기가 만든 당에서 탈당하지 말고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올 대선에서는 열린우리당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과 여당을 한 묶음으로 가져가는 게 대선전에 득이라는 전략적 고려가 반영된 발언이다.

또 "정권 교체는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의 문은 활짝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외연 확대 의지를 표현한 것이지만,열린우리당 탈당 의원의 입당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열린우리당 탈당파 인사의 생각이 우리와 같은지 다른지를 떠나 수용하지 않겠다"며 "살아남기 위해 이당 저당 이사 다니는 세력에 대한 대청소의 해로 삼아 달라"고 강조했다.

민생 회담은 힘들 듯

강 대표가 제안한 민생 회담과 관련한 의제를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신경전을 벌였다.

강 대표는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대통령과 만나 일자리 창출,집값 잡기,교육 부담 줄이기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며 민생 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민생 문제와 함께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주요 법안과 개헌 등 국정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민생 회담 제안에 개헌을 포함하자고 하는데,참 못말리는 대통령이다.

개헌 등 정략적인 것을 제외하고 민생 문제를 논의하자"고 주장,회담 성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홍영식·이심기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