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정한 올해 경제운용방향의 키워드는 '안정'이다.

정부가 발표한 4가지 큰 방향 중 3가지에 '안정' 또는 '불안 대응'이란 용어가 사용됐을 정도다.

구체적으론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 △금융·외환시장 불안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서민생활 안정 △기존 대책의 차질 없는 이행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가 '안정'을 이처럼 강조한 데는 참여정부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과제를 시행하기보다는 지금까지 벌여 놓은 일들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선 부동산시장과 관련해 분양가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투기억제대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외환시장에선 시중유동성을 줄이고 단기외채에 대한 건전성 지도를 강화,위기 징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서민 지원대책은 연말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민·영세업자에게 적용되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선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사실상 숙박업 가구점 주방용품 신변잡화 완구점(이상 3.6%) 미용실(4.0%) 등 서민업종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평균 수수료율 2.37%보다 높아 카드사들이 과다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 업종에선 결제불이행이나 카드깡 등 변칙영업이 상대적으로 많아 수수료율을 높게 매기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껏 가만히 있다가 이제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음식업자의 부가세 부담을 줄여주는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 일몰을 2008년 말까지로 연장한 것과 장애인이 승용차 구입시 특소세를 면제받은 후 사망한 경우 유족에 대해 특소세를 추진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 등도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이천공장 증설과 관련,사실상 불허 방침을 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경제운용방향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수도권 내 공장 증설을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장의 경쟁력을 보면 필요해 보이나 먼 장래를 봐서 수도권의 집중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분산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닉스 이천공장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증설에 관한 법률,환경관련법률 등에 따라 현재 증설이 불가능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굳이 하이닉스에 예외를 인정해 주면서까지 공장 증설을 허용해 줄 수는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