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맨도 전성시대..홍보책임자 대거 승진대열

주요 그룹들이 연말 인사를 단행하면서 오너 자녀들을 파격적으로 승진시켜 경영 후계구도를 강화하거나 향후 최고경영자를 염두에 둔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다.

신세계, 금호아시아나, 대한항공, 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주요 그룹은 올해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너의 자녀들에게 대거 중책을 맡기면서 경영 일선에 전진배치했다.

올해 인사에서는 또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을 알리고 그룹 사업의 언론 창구를 맡았던 홍보맨들 또한 줄줄이 승진하면서 홍보맨 전성시대를 열었다.

◇ 오너 자녀들의 전성시대 = 신세계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외손자 정용진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에서 사장을 거치지 않고 두단계 승진을 한 것이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부회장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 정몽근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됨으로써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가는 리더로 떠올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세창씨도 그룹 입사 1년 만에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승진했다.

세창씨는 컨설팅업체 AT커니에 다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부장으로 입사했었다.

또한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장남인 채형석 부회장은 지난달 인사에서 그룹 총괄부회장 겸 그룹 CEO로 취임했으며 강신호 회장의 3남 강정석 동아제약 전무는 계열사인 동아오츠카 사장을 겸하게돼 동아소시오그룹 경영 전반을 맡게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년 정지이씨는 28일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불과 29살의 나이로 입사 3년만에 그룹 정보통신기업인 현대유엔아이 전무로 승진해 부사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울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인 현아씨와 원태씨도 1년여만에 각각 상무와 상무보로 진급해 그룹 대권을 이어받기 위한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들어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내년초 정기 인사에 승진할 것으로 보여 대부분의 오너 재벌 그룹에서 오너 2세 또는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배치돼 경영능력을 평가받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세습 경영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오너 자녀들이 승진이 금기시되는 성향이 있었는데 최근 기업 공개 등을 통해 자신감을 가진데다 경쟁그룹 또한 오너 자녀 승진이 나오자 함께 승진시킨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홍보맨도 승진길 동참 = 최근에 홍보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면서 올해 연말 대기업 인사에서 홍보맨들의 승진도 줄을 이었다.

현대중공업그룹 권오갑 전무는 지난달 30일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997년부터 이 회사 홍보를 총괄해온 권 부사장은 호랑이축구단 단장도 맡으면서 경영지원 업무와 수출입 업무에도 관여하고 있다.

고명호 한솔그룹 경영기획실 상무도 연말 인사에서 한솔개발 영업 경영지원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고 부사장은 1995년 한솔그룹에 입사한 뒤 지난 98년부터 홍보를 맡아 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20년 가까이 홍보업무를 맡아온 장성지 상무도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무리없이 깔끔하게 홍보업무를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전무로 승진했다.

올해 KT 이병우 홍보실장은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해 마케팅본부장을 맡았고, 신세계 박주성 홍보실장도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아울러 현대그룹 홍보총책인 노치용 전무는 대북사업으로 얽힌 그룹 현안을 잘 조정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부사장으로 올라섰고, 동양그룹 이성문 전략홍보실장도 상무보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에서 홍보의 비중이 1이었다면 지금은 10이상으로 10배이상 중요해졌다"면서 "최고경영자들 또한 이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재들을 홍보맨으로 쓰고 승진도 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