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뼛조각이 미국산 쇠고기의 발목을 잡았다.

2년 10개월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뒤 이처럼 첫 번째, 두 번째 수입분이 모두 뼛조각 때문에 반송 또는 폐기됨에 따라 미국측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쇠고기 검역을 둘러싼 양국의 마찰이 오는 4일부터 미국 몬태나에서 열리는 제5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는 일단 "FTA와 쇠고기 검역은 별개의 문제", "합의한 위생 조건에 따라 철저하게 검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또 뼛조각..왜 문제되나

이번에 미국산 수입 꽃등심살에서 발견된 3개 뼛조각의 가로.세로.두께는 13㎜×6㎜×2㎜, 7㎜×6㎜×2㎜, 22㎜×3㎜×1㎜.

지난 24일 첫 번째 수입분 8.9t에서 나온 뼛조각(4㎜×6㎜×10㎜)에 비해 다소 크고 수도 늘었지만 전체 수입 물량과 비교해 매우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르면 미국이 우리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쇠고기는 분명히 '생후 3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로 한정돼 있다.

소의 뇌, 내장, 척수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은 물론이고 작건 크건, 가루건 어떤 뼈도 들여올 수 없다.

SRM이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전면 중단되고, 살코기 이외 뼛조각 등이 나오면 해당 작업장에 대한 수입 승인이 취소된다.

우리 정부가 과거 수입 경력도 있고 OIE의 국제기준에서도 교역을 제한하지 않는 갈비.꼬리뼈 등을 이처럼 뼛조각까지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골수에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될 수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특히 뼈 중에서도 머리뼈와 척추뼈의 경우 SRM으로 규정되고 있지만 검역원은 발견 부위와 상태 등으로 미뤄 지금까지 검출된 4개의 뼛조각이 SRM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美 "실제로 쇠고기 수입 금지 아니냐"

이번 두 수입 건 뿐 아니라, 앞으로도 미국산 쇠고기가 뼛조각에 걸려 되돌아가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쉴새 없이 쏟아지는 쇠고기를 기계톱 등으로 절단, 가공하는 미국의 작업장에서 뼛조각이 하나라도 묻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두 번째 수입분의 경우 작업장에서 뼛조각 발견을 우려, 한국으로의 수출 전에 고기 표면을 한번 더 벗겨내는 작업까지 추가했지만 결국 3개의 뼛조각이 발견됐다.

현재로서는 우리의 엑스레이 검역 절차에 맞춰 미국 작업장에서 아예 같은 엑스레이 검사를 거친 뒤 수출하는 방법이 유일하고, 실제로 현재 통관을 기다리고 있는 3차 수입분 10t은 이같은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수출 전 엑스레이 검사'는 현실성이 크지 않다.

미국측은 이같은 점을 들어 우리나라의 검역 기준이 실제로는 수입 금지 조치와 마찬가지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마이크 조한스 미국 농무장관이 지난 28일 "한국 정부는 (수입 쇠고기에 대해)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역을 할 수가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측이 엑스레이 검출기까지 동원해 뼛조각을 샅샅이 살피고, 그것도 수입물량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기준으로, 결과적으로 수입 거부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양국이 합의한 수입 위생조건에는 '생후 30개월 미만, 뼈 아닌 살코기만' 등의 규정만 있을 뿐 전수조사 및 샘플조사 여부, 어느 정도 크기의 뼛조각까지 문제삼을지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수검사와 엑스레이 검출기를 통한 뼛조각 검출은 전적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판단에 따라 취해지는 조치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이에 대해 "국제 기준에 따라 양국이 맺은 합의를 우리가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이에 대한 상대방의 오해가 있다면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 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도

이처럼 '뼛조각'을 둘러싼 한.미간 쇠고기 갈등이 FTA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현재 FTA에서 쇠고기와 관련된 분야는 농업 부문과 위생 및 검역(SPS) 부문이다.

이번 일련의 쇠고기 반송.폐기로 SPS 부문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의 쇠고기 검역 기준 완화를 거론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4차 협상까지 이 분과에서는 원칙적으로 개별 현안을 논의하지 않았던만큼, 미국도 무리하게 쇠고기 뼛조각 문제를 이 자리에서 들고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농림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농업 부문에서는 이번 5차 협상부터 미국이 본격적으로 현재 40%인 쇠고기 관세에 대한 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4차 협상까지 민감하지 않은 품목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끝나 민감 품목으로 논의 대상을 옮기는 과정일 뿐, 사실 뼛조각 공박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정부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미국측이 직접 쇠고기 문제를 거론하기 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불만스러운 쇠고기 수출에 대한 반대급부로 다른 분야에서 좀 더 강한 수입 개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진동수 재경부 차관도 최근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쇠고기 수입 조건 협상과 FTA는 따로 진행되는 문제지만 쇠고기 건이 FTA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또 내년부터 미국 정부의 보다 직접적인 쇠고기 수입 기준 완화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부는 미국이 내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 등급을 받은 뒤 우리나라에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일단 등급을 받게 되면 원칙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은 '30개월 미만' 등 연령 제한이나 '뼈 제외' 등 부위 제한을 둘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17일 척 램버트 미국 농업부 차관보는 농림부를 방문, 자국이 지난 10월 11일 OIE에 광우병(BSE) 위험등급 평가를 신청했다는 사실과 향후 평가 절차, 광우병 관련 방역 시스템 등을 설명하고 돌아갔다.

이는 '국제적으로 평가까지 자청할 정도로 광우병 관리에 자신이 있으니 수입 조건을 완화하고 수입량도 늘려달라'는 간접적 압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OIE는 동물 검역에 관한 국제기준을 수립하는 국제기관으로, 국제적 축산물 교역도 OIE의 위생 기준에 많은 부분 근거하고 있다.

광우병과 관련, OIE는 각국을 위험 수준에 따라 세 개 그룹으로 나누고 있으나 미국은 지금까지 특정 그룹에 속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