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권의 영업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할 만큼 치열했다.

이런 와중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승전보를 올린 영업의 달인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꾸준한 고객 관리와 성실성을 비결로 꼽았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명일동지점의 문학성 차장은 10년째 20권이 넘는 고객관리 노트를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요즘 은행들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이 발달해 있어 고객 상담 내용을 컴퓨터에 입력만 하면 되지만 문 차장은 여전히 직접 노트로 작성하고 있다.

휴일에 고객을 만날 경우 상담에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문 차장은 지난 5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지점 부임후 매일 새벽 출근해 영업점 인근 윈터공원에서 아파트 주민들과 배드민턴, 족구, 조깅을 함께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으며 인근 주민들의 바자회와 아파트 부녀회의 각종 애경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또 일요일마다 7만여명의 신도가 예배를 보는 인근 교회에서 주일 헌금을 직접 수납하는 등 휴일에도 쉬지 않고 현장 영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전국 마케팅팀장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문 차장은 이런 노력 덕분에 명일동지점 부임후 5개월 만에 대출금을 200억원이나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은행 부산 서면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장명희 과장은 우리은행 영도중앙지점과 거래하고 있는 고객이 4억원을 상호저축은행에 예치할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이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상품을 설명하고 우리은행과 계속 거래할 것을 권유했다.

이 고객은 자신의 실적에 도움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해 특정금전신탁 4억원을 우리은행 영도중앙지점에 가입했다.

장 과장은 이같은 노력 등을 인정받아 프라이빗뱅커(PB) 대회에서 방카슈랑스 우수 직원으로 선정돼 은행장 표창을 수상했다.

국민은행 이촌동지점의 김정도 PB는 지난 8월부터 PB 업무를 시작해 3개월간 40억원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다.

PB 영업을 갓 시작한 경우 첫 6개월동안 전임자로부터 인수받은 고객의 이탈율을 10% 이내로만 관리해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점을 감안하면 중견 베테랑 PB들을 능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PB 역시 신뢰성을 최고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한 자산가가 국민은행의 PB 브랜드인 `골드&와이즈' 광고를 보고 찾아와 한 차례 상담을 받고 아무런 계약도 하지 않고 돌아가자 3주일 동안 금융시장 전망과 자산관리시장 흐름 등 수십쪽 분량의 정보를 이메일로 제공해 결국 거래를 성사시켰다.

김 BP는 "PB가 되기 전 투신상품부에 근무하며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펀드 상품을 설명할 때 배경까지 자세히 알려준 것이 신뢰를 얻은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신뢰를 심어주면 결국 고객이 자산을 믿고 맡긴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