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ㆍ손지열 전 대법관…내부 발탁 가능성도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철회함에 따라 석달여 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는 신임 헌재 소장 인선이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가 검토 중인 헌재 소장 후보군은 전효숙 전 재판관 내정 때 코드 인선이 논란이 됐던 점을 감안해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정치적인 논란을 피해갈 수 있는 인물들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올해 7월 퇴임한 이강국(사시 8회) 전 대법관과 손지열(9회) 전 대법관이 우선 거명되고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은 야당의 코드 인사 비판에서 자유롭고, 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주선회 재판관보다도 사시 선배여서 조직의 안정성을 갖출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전 대법관은 부친(이기찬 변호사), 아들(이훈재 고양지원 판사)이 모두 법조인으로, 서독 괴팅겐대(大) 유학 시절 헌법학을 전공하는 등 헌법 전문가로 통한다.

다만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법관으로 임용된 이후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손 전 대법관은 9월 13일 중앙선관위원장에서 사퇴한 뒤 법무법인 등에 몸담지 않을 정도로 법관으로서 윤리의식을 몸소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원장 재직 시 선관위원장의 상근직화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법안 처리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마찰이 있었다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전 후보자의 임기 논란 속에 큰 상처를 입은 헌재가 구성원들을 추스를 수 있도록 내부 인사를 발탁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두 달 넘게 소장 대행을 맡으면서 정치 공방 속에 별 잡음없이 헌재를 끌어온 주선회(10회) 재판관과 사법개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사법제도 개혁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던 이공현(13회) 재판관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 추천 몫으로 임명된 조대현(17회) 재판관은 개혁 성향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노 대통령과 사시 동기라는 점 때문에 코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는 점이 부담이다.

임승관(17회) 대검 차장, 이종백(17회) 서울고검장 등 검찰 내부의 노 대통령 사시 동기 중에서 `깜짝 발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임 차장검사는 호남 출신이지만 정치적 색깔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이 고검장은 8인회 멤버로 노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이 있다는 점이 발탁설의 배경이다.

진보적 성향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을 지낸 최병모(16회) 변호사와 헌재 재판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조용환(24회) 변호사는 헌재 구성의 다양성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첫 여성 헌재 재판관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컸던 전효숙 전 재판관의 지명 의미를 살려 여성 대법관으로 거론됐던 김덕현(23회) 변호사도 히든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