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집값 안정을 위해 시중의 유동성을 줄이는 작업에 전격 착수했다.

한은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해 긴급안건으로 은행들의 예금 지급준비율을 높여 시중 유동성을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금통위는 이날 은행들의 만기 1년 미만 단기 예금의 지급준비율을 현행 5%에서 10%로 두 배로 올리고,대신 만기 1년 이상 중장기 예금의 지준율은 현재 1~2%에서 0%로 낮추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의 중장기 예금 지준율을 1~2%포인트 낮추더라도 단기 예금의 지준율을 5%에서 10%로 5%포인트 올리면 은행들이 대출로 운용할 수 있는 돈의 양은 크게 줄어든다.

이 같은 지준율 조정은 내달 22일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한은이 은행들의 예금 지준율을 조정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집값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나섰다는 의미가 있다.

또 한은이 최근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시중의 유동성을 금리 인상 대신 지준율 인상을 통해 직접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콜금리 인상 대신 지준율 인상을 선택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기존 대출자의 이자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은행들의 신규 대출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집값 안정을 위해 콜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이달 초 금통위에서 현재의 콜금리 연 4.5%를 동결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지준율 인상을 통해 유동성마저 줄일 경우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앞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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