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담당 국무차관보가 중국측과 내달 초순이나 중순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저녁 베이징에 도착했다.

힐 차관보의 베이징 도착 직후 베이징의 한 대북소식통은 중국이 동결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계좌 가운데 일부를 미국의 양해 아래 해제했다고 밝혀 6자회담 재개의 기본 토대를 놓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힐 차관보는 자신이 조지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지시를 받고 중국측과 베트남 하노이에서 했던 6자회담 재개문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그동안 말해온 대로 6자회담은 잘 준비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나의 이번 베이징 방문은 그 과정의 일부다"라고 말해 중국측과 6자회담 재개 일정 등 구체적 사항을 논의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AFP통신은 힐 차관보가 6자회담 중국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만날 예정이라면서 두 사람의 회동이 이르면 20일 밤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주중 미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베이징에 체류하는 동안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자신의 이번 베이징 체류시간이 짧을 것이라면서 "나는 추수감사절(미국 시간 23일)을 집에서 보내기 위해 내일(21일) 베이징을 떠날 수 있게 되기 바란다는 뜻을 중국측에 전했다"고 말했으나 상황에 따라 체류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중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9일 의장성명을 통해 지난달 9일의 북한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고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한 조치를 촉구한지 하루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같은 날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를 장시간 구체적으로 논의, 향후 방향과 다음 조치들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데이비드 매코믹 대변인이 밝혔었다.

또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두 정상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북한이 알아야 한다는데 합의했으며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미.일 3국은 지난 15일 하노이 3자 협의를 통해 6자회담 재개시 북핵 폐기문제가 조속한 진전을 볼 수 있도록 북한에 조기 이행조치를 요구하고 다른 참가국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돈관 특파원 d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