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묵시적ㆍ포괄적 동의나 계약 추인은 무의미"

보험 계약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나중에 당사자의 추인을 받았더라도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남편과 자녀를 피보험자로 보험을 계약한 김모 씨가 남편 사망후 보험사를 상대로 낸 1억5천여만원의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 계약은 타인의 서면 동의가 계약 체결 전 이뤄져야 한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규정은 타인의 동의 시기와 방식을 명확하게 해서 분쟁의 소지를 없애려는 취지로, 피보험자의 동의는 각 보험계약에 개별적으로 서면으로 이뤄져야 하고 포괄적 동의 또는 묵시적이거나 추정적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는 강행규정으로 계약 성립 당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다면 그 보험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계약 당사자도 아닌 피보험자가 이미 무효가 된 계약을 추인했다고 하더라도 계약이 유효가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1997년 주피보험자를 남편으로, 종피보험자를 자녀로 해서 보험에 가입했고, 김씨 남편은 같은 해 교통사고로 다쳐 517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의 남편은 2002년 다시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 도중 숨졌다.

김씨는 남편이 처음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보험사가 서명을 확인하고 보험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서명을 남편이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보험사 주장 등을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