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골프, `반노비한 정서' 승패 갈라

향후 정국의 풍향계가 될 7.26 재.보선의 승패는 한나라당 당직자들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수해지역 골프 파문과 호남비하 발언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타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대 접전지로 꼽혔던 서울 성북을에서는 정치권 재편을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이 들고나온 `반(反)노 비(非)한 정서'와 수도권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민주당의 올인전략이 표심에 직접적인 작용을 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밖에 궂은 날씨 등에 따른 저조한 투표율도 선거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수해골프.호남비하 파문 = 한나라당 경기도당 당직자들의 수해골프와 같은 당 소속 이효선 경기 광명시장의 호남비하 발언 파문은 이번 재.보선의 막판 표심에 중요한 변수였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홍문종(洪文鐘) 전 경기도당 위원장을 제명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특히 성북을의 경우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한 이후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발동하려던 차에 수해골프 파문 등이 터지면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던졌던 중도 성향과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민주당 조 후보에게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조순형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했던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전 의원은 "수해골프도 컸지만, 호남출신 유권자가 25% 안팎인 성북을의 특성상 광명시장의 호남비하 발언의 영향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反)노 비(非)한론' 등 선거쟁점 = 여권에 대한 심판론이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론을 앞지르는 현상은 5.31 지방선거와 다르지 않았으나, 성북을에서만큼은 민주당이 내건 `반노 비한' 세력 결집론이 표심을 파고 들면서 여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의 표를 민주당이 챙기는 결과가 나타났다.

더욱이 민주당 대표 시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조순형 후보 개인의 상징성이 맞물려 그 폭발력이 더욱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상은 민주당이 단순히 조 후보의 인물론을 내세우며 선거전을 시작했을 때는 한나라당 최수영(崔秀永) 후보에게 15% 포인트 이상 뒤지던 격차를 좀처럼 줄이지 못했으나, `반노비한론' 및 `탄핵 정당론'을 전면에 내세운 이후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맛비와 낮은 투표율 = 재보선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투표율도 이번 선거의 중요한 변수였다.

이는 선거일 아침부터 장맛비가 내린데다 선거 자체가 휴가철이 본격화되는 평일에 치러졌기 때문인 것으로 중앙선관위와 각 당의 선거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저조한 투표율은 전통적으로 조직표에서 강세를 보여온 한나라당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했고, 송파갑과 마산갑, 부천 소사 등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낙승을 거두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례없는 관심을 끌며 격전이 치러졌던 성북은 최종 투표율이 28.89%로 4개 선거구 중 가장 높았고, 한나라당 조직표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으로 예상됐던 25%선을 넘어섰다.

◇후보공천과 중앙당 지원 = 이번 선거 결과는 후보 공천 및 당 차원의 총력 지원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줬다.

우리당은 성북을에 조재희(趙在喜) 전 청와대 국정과제 비서관, 송파갑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자문위원을 지낸 정기영(鄭起泳) 열린정책연구원 정책기획실장, 마산갑에는 김성진(金晟珍)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을 공천하는 등 재.보선 지역구 4곳 가운데 3곳에 청와대 출신 인사를 내세웠다가 또다시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나라당의 경우에도 인지도 높은 맹형규(孟亨奎) 이주영(李柱榮) 후보가 나선 송파갑과 마산갑에서는 압승을 거둔 반면, 애초부터 약한 지명도라는 핸디캡을 안고 출발한 성북을 최수영 후보는 조순형이라는 높은 산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

인물대결에서도 한 수 접히고 들어간 셈이다.

또 우리당과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거 초반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뒷짐을 지고 있다가 뒤늦게 유세전에 뛰어들었으나, 초반부터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 전원과 당직자들이 골목길을 휩쓸고 다녔던 민주당의 `올인' 전략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밖에 우리당이 지방선거 참패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효율적인 선거전을 펴지 못했고, 한나라당도 전당대회 후유증에 발목을 잡혔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