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산(産)`득점 기계' 안드리 셉첸코(30)가 조국에 월드컵 본선 첫 진출에 이어 이번에는 16강 진출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선사했다.

셉첸코는 23일 밤(이하 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아프리카 복병 튀니지와 2006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차 넣으며 1-0 승리의 주역이 됐다.

경기를 졌다면 튀니지에 16강 티켓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었던 경기였지만 미드필드에서 킬패스를 찔러주는 이렇다 할 플레이메이커가 없어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한 셉첸코로서는 외로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혼자 좌우 측면까지 휘저으며 상대 수비진을 교란한 셉첸코는 후반 25분 결국 수비수 실수를 틈타 결정적 찬스를 만들었다.

상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하던 수비수에게 볼을 빼앗아 문전으로 치고 들어갔고 골키퍼까지 제친 뒤 골 기회를 엿보던 중 상대 수비수에게 반칙을 당했다.

심판은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셉첸코는 이를 직접 차 넣어 승부를 갈랐다.

이번 대회 두 번째 골이자 조국을 16강에 올려놓는 귀중한 득점포였다.

셉첸코로서는 유럽지역 예선 9경기에서 6골을 몰아치며 첫 월드컵 본선 진출에 이어 조국에 다시 한번 영광을 안긴 것.
열 살 때인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인근에 살던 셉첸코는 원전 폭발사고 때문에 강제 이주를 당하는 등 불운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축구에 전념하며 인생역전을 이뤄낸 인물.
1994년 우크라이나 프로축구 디나모 키예프에서 프로선수로 데뷔한 셉첸코는 1999년 이탈리아프로축구 세리에A 명문클럽 AC밀란으로 이적하며 자신의 축구 역사를 써나갔다.

1999-2000, 2003-2004 시즌에는 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대표팀 활약도 눈부셔 독일월드컵 전까지 A매치 66경기에서 30골을 터트리는 무서운 득점력을 선보였다.

대회 개막 한 달 전에는 무릎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기도 했지만 무난하게 회복해 그라운드에 나섰으며 개막 직전 천문학적 이적료를 기록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부자구단' 첼시로 둥지를 옮겼다.

우크라이나의 희망 셉첸코가 앞으로는 조국에 어떤 선물을 안길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