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

먹거리 제품의 이름이 나날이 길어지고 있다.

제품명은 짧고 함축적이어야 한다는 통념을 깨고,제품 특징을 코믹한 표현으로 길게 풀어 쓰는 서술형 이름 짓기가 식품업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흡사 동화책 제목을 연상케 하는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는 아이스크림 업체 기린이 최근 내놓은 아이스 바 이름.복숭아 황도 감귤 등의 과육 알갱이가 듬뿍 박혀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이름을 짓게 됐다고.개그맨 박명수와 미녀 가수 LPG를 모델로 기용한 TV 광고 역시 엄마가 아이에게 과일 아이스크림을 먹이려고 장풍을 썼다가 실수로 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다는 코믹한 내용.

CJ가 판매하고 있는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는 제품명이 무려 7음절,18자나 된다.

제품 이름만 들어봐도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통에 들어 있던 소시지 부침이 떠오른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에는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책정돼 있지 않아 제품 특징을 그대로 나타내는 제품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 되는 우유',삼양식품의 '기름에 안 튀긴 면' 등도 제품 컨셉트를 직설적으로 드러낸 이름을 쓴 제품들.'소화가 잘 되는 우유'는 우유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성인을 겨냥한 락토프리(무유당)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고,'기름에 안 튀긴 면'은 기름에 튀기지 않아 열량이 낮은 웰빙 면 제품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롯데제과의 '의치에 붙지 않는 자일리톨 휘바'는 이름에서부터 노년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또 서울우유의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CJ의 '통째로 갈아넣은 인삼유 한뿌리','농심의 '녹두국수 봄비',남양유업의 '몸이 가벼워지는 17차' 등도 같은 맥락의 제품명들이다.

올 들어 '서술형 작명 트렌드'에 불을 붙인 제품은 롯데칠성의 음료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다.

영화배우 이준기씨가 부른 CM송의 인기까지 겹쳐 출시 넉 달이 채 안돼 3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이름 잘못 지으면 '쪽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품 작명이 성패를 좌우한다"며 "수많은 제품 속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업체들의 작명 아이디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