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으로 삽니까'라고 누가 물으면 서슴없이 '공부'라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닷가에서 자란 사람들이 파도 소리를 주기적으로 듣지 않으면 숨이 막힌다는 얘기처럼 책 향기로부터 결코 멀어질 수 없는 팔자를 타고난 이들이다.

그래서 '공부가 놀이요,놀이가 공부'(한문학자 임형택)였고 숙명처럼 '잘할 수 있는 것이 공부밖에 없었다'(장영희 교수)고 고백하기도 한다.

나아가 '세상에는 두 가지 선택만이 가능하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고전 평론가 고미숙)라는 혁명적 선언에까지 이른다.

저명인사 30명이 밝힌 '공부의 즐거움'(김열규 외 지음,위즈덤하우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가 유학했던 이스탄불 대학의 여교수로부터 3번씩이나 낙제점을 받았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한국행 보따리를 싸야만 할 상황.그런데 알 수 없는 오기가 치밀었다.

그래,그 교수의 유목문화론이란 책을 모조리 외워버리자.그날부터 잠을 자지 않았다.

수십 번 정독한 끝에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은 기적처럼 내것이 되었고 시험 결과는 100점이었다.

강의가 개설된 이래 첫 만점자였다.'(이희수 한양대 교수)

스스로 원했던 공부라 더욱 행복하다는 저자들.문학 철학 종교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로서 공부의 목적도 각양각색이다.

이 땅의 작은 풀 한 포기까지 찾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유미 박사,정직하게 살고자 천형(天刑)과도 같이 종교를 공부하게 됐다는 정진홍 교수,절망했던 시대와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라는 박홍규 교수,그리고 부처와 선현들의 지혜를 후대에 전하는 일이 공부라는 지관 스님의 뜻은 배움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게 해 준다.

강명관 교수의 번뇌와 성찰도 아름답다.

'명나라 사상가 이탁오는 쉰 살이 되기 전까지의 자신을 한 마리 개에 비유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그대로 따라하고 왜 짖냐고 물으면 꿀먹은 벙어리처럼 실실 웃을 뿐인… 그런데 나 역시 그러했다.

이제는 정말 공부를 하고 싶다.' 268쪽,1만1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