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도를 기점으로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설정하는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출석, "독도와 울릉도 수역은 절대로 일본의 EEZ가 될 수 없는 수역"이라면서 "(EEZ 선포기점으로) 독도기점 사용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동해상에서 EEZ의 기점을 독도로 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 독도 주변의 수로 측량을 강행해 영토분쟁으로 번질 경우 그 가능성도 열어 놓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물론 일본탐사선의 수로측량 기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일본측에 전달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독도 관련 시민단체들은 ▲독도에 민간인 6명이 주민등록을 이전해 유인도화됐고 ▲1989년부터 꾸준히 나무가 심어져 섬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만큼 독도 영유권 강화를 위해 독도를 EEZ의 기점으로 공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EZ 경계 획정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94년 유엔해양법협약이 발효되면서다.

이 협약에 EEZ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협약 발효 2년 후인 1996년부터 한일간에 EEZ 경계획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으나 협상은 수차례에 걸친 회담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어 2000년에 중단됐다.

EEZ는 해안선에서 200해리에 이르는 구간 중에서 12해리 영해를 제외한 부분을 일컬으며 연안국은 자국 EEZ에서 해양의 경제적 이용에 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EEZ가 중첩되는 수역에서 경계획정이 되지 않으면 분쟁수역화가 불가피하며 2000년에 한일간 EEZ 협상이 중단되면서 이미 분쟁은 예고됐다고 할 수 있다.

한일 EEZ 협상에서 우리 측은 그 기점을 독도 대신 울릉도로 해 일본 오키섬과의 중간을 EEZ 경계선으로 할 것을 주장했고 일본 측은 울릉도-독도 중간선을 EEZ 경계로 하자고 맞섰다.

우리 측이 울릉도-오키섬 중간을 EEZ 경계로 삼자는 입장을 보인 이유는 우선 독도를 국제분쟁 지역화하려는 일본의 노림수를 피하면서도 울릉도에 가까운 독도는 당연히 우리 쪽의 EEZ에 포함될 것으로 계산한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본이 중.일간의 영토분쟁지역으로 암석에 불과한 일본 최남단 오키노도리(沖ノ鳥)를 EEZ 기점으로 삼으려는 것을 포함, 암석 덩어리를 섬으로 규정해 EEZ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일부 국가들의 움직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산호초에 굳어 생긴 암석에 불과한 오키노도리를 섬으로 인정해 동중국해에서 중국과의 EEZ 설정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동해 EEZ 선포 기점을 울릉도로 한 것은 당시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였다"면서 "그러나 일본이 독도와 관련해 도발함으로써 영유권 문제로 번진 상황에서는 방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조준형 기자 kjihn@yna.co.kr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