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7일 한명숙 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어 국정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집중 검증했다.

여야 간 폭로공방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라 청문회에서도 팽팽한 설전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사상문제를 쟁점화했다.



군복무 중인 아들의 보직 청탁 의혹을 제기하며 도덕성 논란도 벌였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부동산대책,한·미 자유무역협정(FTA),양극화 해소 등의 질의를 통해 국정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데 무게를 뒀다.

○도덕성 문제 집중 추궁=한나라당 주호영 의원은 "지난 2월 입대한 한 지명자의 아들이 지뢰 설치제거 군사특기 교육을 받았지만 4월 주특기가 야전공병으로 바뀌었고,자택에서 가까운 부대에 배치됐다"며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한 지명자는 단호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아들의 군인문제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군대 편제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군 개혁이 이뤄진 이후 그런 일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지명자는 그러나 "1999년 11월부터 7개월간 박금자산부인과 직원으로 허위 등록해 건강보험료 혜택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이한구 의원의 주장에 대해 "실수가 아니었나 싶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사상 이념문제 도마 위에=한나라당 의원들은 한 지명자가 1968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일,1979년 중앙정보부가 용공사건으로 발표한 '크리스찬 아카데미사건',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가 처벌받은 통혁당사건 등을 거론하며 '사상 검증'에 나섰다.

이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민주화에 기여한 경력을 부각시키며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이목희 의원은 "통혁당사건,크리스찬 아카데미사건 등은 너무나도 분명한 유신 말기 용공조작사건"이라며 "야당은 이념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 지명자는 자신의 투옥 경험과 관련,"굴곡이 많은 우리 현대사 속에서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아픔을 겪었다"며 "저는 한이 맺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의 당적 정리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총리가 된다면 공정선거가 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면서 "법정 선거운동 기간에 당정협의나 공약발표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지명자는 FTA 협상과 관련,"한·미공조를 공고히 하면서 국민의 이익,국가의 이익이라는 기준을 갖고 생각해야 한다"며 "농업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쌀의 경우는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18일 이틀째 청문회를 열어 증인·참고인 진술을 청취한 뒤 19일 본회의에서 총리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청문회를 마친 뒤 국민 여론과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인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적문제,사상문제 등을 이유로 '인준 반대' 기류가 강하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