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은행에 묶인 북한의 미화 2400만달러(230억원)를 둘러싸고 북·미가 반년째 대치 중이다.

북한은 이 돈을 손에 쥐기 전엔 돌아오지 않겠다며 북핵 6자회담에서 뛰쳐나갔다.

마카오 은행 계좌가 동결된 후 북한 경제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북한은 왜 이 돈에 집착하는가.


북한의 수출입 타격 '제한적'=미국이 지난해 9월20일 북한의 돈세탁을 해준 혐의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때,북한의 수출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BDA에서 대규모 인출 사태가 일어나 영업이 마비되고 이를 본 은행들이 북한과 거래를 꺼릴 것이라는 분석에서였다.

신용장 개설을 하지 못해 수입도 안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었다.

그러나 2005년 9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북한의 대중(對中)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오히려 9.3% 증가했다.

대일(對日) 수입은 32% 줄었으나 양국관계 악화로 2002년 이래 연평균 38%씩 계속 줄어든 추세대로다.

지원이 주를 이뤘지만 남북교역은 2005년 51% 늘었다.

북한의 무역금융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북한 원·달러 환율은 신의주 지역에서 2005년 9월 2400원에서 지난해 말 2700원,올 3월에는 3000원 선으로 뛰었다.

그러나 환율 역시 경제난으로 급등했을 뿐이지 상승폭이 최근 들어 특별히 가팔라지진 않았다.


북 경제,중국의존 심화=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차관은 지난 4일 상원에서 "(BDA 등) 일련의 조치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외 북한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미국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한국은행 동북아연구실 이영훈 박사는 "미국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만 보고 오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피터 백 국제위기그룹 동북아 소장은 "처음에는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켰으나 경제적인 면에서 파동이 길게 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 구호 단체 '좋은 벗들'의 이승용 부장은 "최근 북한에서 생필품 공급 악화 변화는 없고,단지 중국과 교역이 늘어 위안화 환율이 많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격이 작은 이유는 중국의 역할 때문으로 보인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중국이 전략적인 이유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무역 창구가 중국쪽으로 신속하게 전환됐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BDA사건은 북한 경제의 자력갱생을 지연시키고 대중 의존도만 높여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감한 자금성격 때문에 강한 반발=이처럼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면 북한은 왜 BDA 조치를 '고립말살'이라며 강경 대응했을까.

전문가들은 BDA 조치가 권력자를 자극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조 팀장은 북한의 군 경제는 미사일 한 기 수출에 수백만달러가 오갈 정도로 거래 규모가 크다"며 "현찰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BDA 영향이 가장 큰 것은 군 경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BDA에 과잉 대응한 것이 오히려 미국의 제재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남성욱 교수는 "6자회담이 진행 중일 때는 미국이 북한에 사정하는 모양새였는데,이제는 미국이 BDA와 금융제재라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북한을 관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