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지도부 몇사람에 의한 밀실공천이나 낙하산공천 문화를 청산하고 당원이 공천권을 갖는 민주정당을 표방하며 여야를 막론하고 앞다퉈 세운 경선원칙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당헌.당규에 따라 전략지역 등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겠다던 전략공천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취약지역의 경우 극심한 인물난 때문에 경선이 아예 불가능한 곳도 있지만 소속 정당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국회의원의 내천설 등으로 인해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한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2명이상의 복수후보가 공천을 신청했는데도 경선에 따른 당내 갈등을 우려, 지지율 격차 등을 내세우며 경선을 피하거나 '여론조사 경선'이라는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실질적인 선출권을 갖는 것으로 알고 지난해초부터 대거 입당해 꼬박꼬박 당비를 납부해온 기간당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공천잡음도 그 어느때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하지만 당세가 절대적으로 약한데도 경선원칙을 준수하는 사례도 간혹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부산의 경우 한나라당은 6일 현재 7명의 구청장 후보와 37명의 시의원 후보를 면접심사로 공천했고, 나머지 후보도 심층면접이나 공개토론회만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2명의 구청장 후보를 경선을 통해 정하기로 했고, 민주노동당도 사상구에서 기초의원 공천을 위해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경남에서도 한나라당은 경선을 실시키로 한 경우가 없는 가운데 일부 후보를 정하는 데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했을 뿐이다.

우리당과 민노당은 각각 기초의원 선거구 7곳과 5곳에서 경선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대구의 경우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경선없이 4곳의 구청장 후보를 확정했고, 2곳은 단독후보가 공천을 신청했으며 경선은 1곳 정도 점쳐지고 있다.

광주에서는 민주당이 5명의 구청장 후보중 3명을 전략공천해 공천에 탈락한 예비후보가 '밀실공천'이라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고, 전북에서도 우리당이 5명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전략공천함에 따라 공천 탈락자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충남에서 열린우리당은 16개 기초단체중 3곳에서만 경선을 통해 단체장 후보를 정하기로 했고, 한나라당도 경선지역은 전체의 절반이하가 될 것으로 보이며 국민중심당의 경우 6곳은 전략공천키로 했으나 10곳은 공천방식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12명의 기초단체장을 선출하는 충북에서도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각각 3곳과 4곳에서만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우세지역인 인천의 경우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의 40%만 경선을 실시키로 했고, 우리당은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후보의 10~20%에 대해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강원의 경우 한나라당은 대부분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확정키로 했고, 우리당은 3명의 기초단체장 후보를 경선으로 선출할 방침이다.

제주에서는 우리당이 도의원 후보 6명만 경선을 통해 선출하고 나머지 23명은 여론조사를 통해 공천키로 했으며 한나라당도 23명의 도의원 후보를 심사로, 나머지 6명의 후보를 여론조사로 정할 방침이다.

(부산.경남.대구.충남.제주=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