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 유입으로 강세를 보였던 페르시아만 주변 중동국가들의 증시가 최근 들어 급락하면서 투기적인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동 증시발 불안이 이머징마켓 전체에 미칠 영향이 생각보다 광범위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페르시아만 주변 국가들의 증시는 고유가에 따른 오일머니의 영향으로 지난 3년 동안 3배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들 국가에 주식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실제로 지난해 기업을 공개한 사우디의 얀부 내셔널 페트로케미칼의 경우 전국민의 40%가 공모에 참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투매현상이 나타나는 등 3년 강세에 따른 본격적인 조정국면이 전개되면서 사우디 증시의 주가가 무려 3분의 1이나 빠진 것을 비롯, 대부분 중동국가 증시의 주가가 두자릿수 이상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심리와 두바이포트월드(DPW)의 미 주요항만 운영권 인수 무산과 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가격제한폭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시 폭락은 대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시작한 수백만의 개미 투자가들을 혼란과 분노로 몰아넣고 있다. 여기에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지역의 정치, 사회적 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증시 불안이 정치 불안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우디의 외국인 증시 직접투자 허용과 쿠웨이트 정부의 주식매입계획 발표처럼 각국 정부가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성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한 걸프지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번 폭락이 지난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처럼 역내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적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히고 있다. 중동지역의 증시 불안이 다른 지역 증시에까지 악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이들 국가 대부분이 주요 산유국이라는 점에서 유가가 영향을 받게 되면 세계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푸트남 인베스트먼트의 마키노 시게키는 중동 증시의 불안이 유가의 불안요소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세계 각국의 증시가 유가의 움직임에 민감한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각국 증시에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소재 GMO 이머징마켓의 펀드 매니저인 아르윤 디베차도 이머킹마켓에 속한 터키와 브라질의 대표지수가 최근 5% 이상 빠진 것을 지적하면서 "사람들이 위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일종의 경고 표시"라고 해석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