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은 철도노조의 파업 첫날에 이뤄진 지방골프 회동에 대한 비난에서 `부적절한 동반자' 논란으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총리가 2004년6월30일 취임 이후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행한 수차례 `골프 전력'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도 총리 취임 20개월만에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게 되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철도파업 첫날 3.1절 부산 골프 이 총리가 지난 1일 부산 아시아드 골프장에서 지역 상공인 등과 2개 조로 나눠 골프를 친 사실은 3.1절보다 `철도 파업 첫날'이라는 시점에 비난의 화살이 모아졌다. 철도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과 국민경제의 손실 우려로 건설교통부와 노동부 등 관련 부처가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가운데 총리가 부산까지 내려가 골프를 즐겼다는 것이 비난의 초점이었다. 한나라당은 철도파업이 일어난 첫날 모든 시민이 불편 감수하고 파업이 즉각 중단되길 요구하는 시점에 총리가 골프를 쳤다는 것은 국민에 사과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사안이라고 지적했으며, 총리실 홈페이지 등에도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철도 파업에 대해서는 관계장관 회의 등으로 대책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오래전 부산지역 상공인들의 요청에 응한 것이었고, 수행 공무원들을 통해 얼마든지 상황 보고와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의 공세가 최연희(崔鉛熙)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맞불 작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 총리의 누적된 `골프 전력'등이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부적절한 동반자'로 사퇴압력 가중 이 총리에 대한 비난은 3.1절 골프가 단순한 지역 상공인과의 라운딩이 아닌 불법 정치자금 연루자까지 포함된 `부적절한 동반자' 논란으로 급속히 거세졌다. 이 총리과 함께 골프를 친 인사 가운데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2002년 대선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모아 노무현(盧武鉉) 후보측에 전달한 K, P, S 씨와 최근 밀가루 가격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의 조사를 받았던 모 제분회사의 R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 또한 이기우(李基雨)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교육부 차관과 정순택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도 함께 한 사실이 밝혀지며 당초 총리실측의 해명과 달리 `부적절한 골프 파트너'에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한나라당은 4일 이 총리가 "사실상 범법자들과 골프를 친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노 대통령에게 이 총리의 해임을 촉구하는 등 총공세에 나섰으며,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도 이 총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의견까지 제기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이런 가운데 이 총리는 주말인 4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외출을 하지 않은 채 거취 문제를 고민한 끝에 같은 날 저녁 청와대 관저로 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국민사과 표명 계획과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보고하면서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듭된 `골프악연'끝에 사의표명까지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기까지에는 3.1절 골프파동이 도화선이 됐지만 그동안 골프와 관련된 누적된 `전력'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가 이번에 "사려깊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골프와 관련된 두번째 사과다. 이 총리는 지난해 4월 식목일 강원도 고성.양양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상황에서 골프를 치다 중단한 뒤 같은달 1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공식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열린우리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의 재발방지 요청에 대해 "식목일에 골프를 친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며 "이런 일이 다시 없도록 저 자신을 근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그러나 같은해 7월2일 남부지역에 집중호우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제주도에서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부 장관, 이기우 비서실장, 여자프로골퍼 송보배 선수 등과 함께 골프를 쳤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상식 이하'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 총리가 스스로 골프를 자제하는 선에서 공식 사과없이 사태가 무마되기도 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질긴 골프와의 악연에 대해, 한 정부 인사는 "이 총리가 격무의 연속인 총리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골프를 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국민에개 각인된 부정적인 `골프 전력'을 씻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총리는 2004년10월 한나라당의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해 `차떼기당'이라는 표현으로 한나라당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사의(謝意)를 표한다"는 낯선 표현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