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총리가 `3.1절 골프 파문'과 관련, 5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실상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청와대는 "상황을 지켜보자"며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분간 청와대에서 새롭게 제기할 만한 내용은 없다"며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다녀온 이후까지 상황을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도 4일 저녁 이 총리로부터 골프 파문에 따른 입장표명 방침을 전화로 보고받고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후 판단하도록 하자"는 말 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6일 오전 출국, 이집트,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하고 14일 오전 귀국한다. 앞으로 열흘간 국무총리의 진퇴문제라는 중차대한 국정현안을 놓고 외국에서 장고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를 의식한듯 한 관계자는 "우리도 언급에 있어 매우 조심스럽다"고 말했고, 다른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총리의 언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는 이 총리 거취에 관한 청와대발(發) 언급이 자칫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와 억측을 낳아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번 골프 파문에 대한 싸늘한 여론과 정국상황을 청와대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를 보면 결국 이 총리가 유임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무엇보다 이 총리의 퇴진이 갖는 정치적 의미와 그 파장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물러나면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 자체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양극화 해소 등 미래과제에 전념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국정구상에도 근본적인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핵심 참모도 "이 총리가 물러나면 아무래도 국정운영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총리의 이날 입장표명은 `거취' 보다 `사과'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론정치'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노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도 이 총리의 퇴진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갖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 "이 총리가 정책집행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거나 범법행위 등 도덕적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대통령은 오히려 여론의 비이성적 흐름과 정치공세에 단호히 선을 그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 총리의 사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 총리가 과거 대국민사과까지 한 실수를 반복한 데다 임기 2년을 남긴 현 시점에서 여당 의원인 이 총리를 물러나게 하는 것이 5.31 지방선거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향후 야당의 협조 속에 국정과제를 원활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여기에 이 총리의 거취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이 "순방후에 보자"며 즉답을 피한 것도 이번만큼은 노 대통령이 `여론'을 존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의 최종 판단은 결국 여론의 흐름과 정국추이, 여당 지도부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 총리의 사의 수용 가능성에 대해 공식 언급을 삼가면서 한결같이 "순방 이후 상황"을 판단 시점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한 핵심 비서관은 "일단 순방을 다녀와서 이 문제와 관련된 여러 상황을 보고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