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가 뉴욕에서 위폐 접촉을 갖기로 한 7일(현지시간)이 대략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통해 북핵 논의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문제에 이어 위폐도 대북 압살정책에서 나온 것으로, 북핵.위폐 연계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미 행정부는 이번 회동의 성격을 `기술적인 브리핑'이라고 규정짓고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현재로선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회동은 북미 간에 쌓인 오해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 이후 북미간 직접 대화는 이번이 처음으로, 서로 간에 북핵 회담 교착의 원인인 위폐문제에 대한 `진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달 9일 외무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돈세탁 방지활동에 나서겠다는 의지 표명을 한 데 이어 28일 자국의 위폐 유통 연루 가능성을 밝힌 북한이 뉴욕 접촉을 통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북핵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행정부는 돈세탁 방지활동과 관련해 국제협약 가입 등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 북미접촉 진용과 형식 북한측에서는 일단 6자회담 차석대표인 리 근 외무성 미국 국장과 관련 기관의 실무진이, 미측에서는 재무부를 주축으로 국무부와 NSC(국가안보회의) 실무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측은 위폐 접촉에서 북핵과 연계한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자국의 6자회담 팀원 가운데 리 국장의 카운터파트를 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 측의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아온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대사는 차석대표에서 해촉된 상태이며 그의 후임은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다. 뉴욕 접촉은 미측이 설명하고 북한은 이를 청취하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7일 북미 접촉의 성격을 "브리핑"이라고 말하고, "(그 자리에서)북한의 불법금융 활동에 대한 조사내용과 조치, 북한측이 제기한 의문점 들을 집중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접촉의 장소와 시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과거 북미간에 직접 접촉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또는 미 국무부 내에서 열려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두 장소 가운데 한 곳에서 회동이 이뤄질 공산이 커 보인다. ◇ 어떤 대화 오갈까 북한이 기본적으로 미 행정부가 수십년간 조사, 축적해 온 위폐 파일을 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제기했는 지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만큼 미 측의 브리핑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미 측은 특히 9.11 테러사건 이후 불순한 자금이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위해 애국법을 제정했고 그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이 드러났을 뿐, 애초 북한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미측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방문길에서 "BDA 등에 내린 금융조치는 북한 및 일부 지역에서 확인된 위폐 활동에 대한 것으로 북한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 측은 그동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폐문제와 관련,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개입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며 뉴욕 접촉에서 그 같은 입장을 북측에 통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무부는 1일 발표한 연례 `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서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마약 거래 수익금을 돈세탁하고 위조지폐와 담배 등 불법활동을 벌여온 "실질적인 증거들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미 측은 특히 북한이 위폐와 관련한 과거 행적을 고해성사하고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뉴욕 회동에서 그와 관련한 북한의 `행동'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지난 달 27일 국내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북한이 리비아처럼 핵이나 위폐 등 모든 문제를 공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증거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북핵 6자회담 전망 정부는 일단 이달 하순부터 내달 말까지가 회담 개최의 `적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서두르지는 않는 분위기다. 핵심 당사자인 북미간에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국의 압박에 의해 차기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자칫 회담 피곤증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신임 천영우(千英宇) 6자회담 수석대표의 관련국 순방 일정도 미루고 있다. 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움직이겠다는 계산이다. 의장국인 중국은 4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6자회담의 진전 상황을 묻는 질문에 "4월초 회담 재개는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아직 충분한 신뢰를 쌓지 못하고 있어 회담재개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뉴욕 북미접촉이 고비"라면서 "그로부터 40일 정도를 주목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